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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혼자라서“행복해요”- 혼자서 누려보는 나만의 시간, 혼자 문화
 
기사입력 2017-04-10 12:10 기사수정 2017-04-10 12:10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본다든가, 혼자 쇼핑을 하는 것은 과거엔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화장실을 가도 친구 한명이라도 꼭 데리고 가던 우리의 어린 시절 모습은 공동체 문화의 한 표상일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 ‘혼강(혼자 강의를 듣는 행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역시나 무언가를 ‘혼자’ 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는 이러한 단어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타인의 시선이 두렵고 때론 쑥스러워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고, 혼자 강의를 듣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텅 빈 옆자리에 가방을 앉혀 놓고 필통을 올려놔 누군가가 금방 와서 같이 앉을 것처럼 꾸며 놓곤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1인 가구 수가 1990년 당시 102만 1천명에서 2015년 520만 5천명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청년실업률과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해 사회구조가 변화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지난해 tvN 드라마 「혼술남녀」가 큰 인기를 얻었고,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인 가구가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미디어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혼밥’,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 ‘혼행(혼자 여행을 떠나는 행위)’과 같은 ‘혼자 문화’는 더는 감추고 싶은 ‘외로움’이 아닌 새롭고도 당연한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미디어 속 혼자 문화
‘혼밥’ 문화에 돌풍을 일으킨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인 고로가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홀로 음식을 먹으며 그 맛을 음미하는 고로는 음식을 입안에 가득 담는 그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세심하고도 담백하게 풍미에 대한 감상을 남긴다. 위에서 언급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또한 1인 가구로서 생활하고 있는 다양한 직종을 가진 출연진들의 일과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홀로 있는 그 시간을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해 채워 가는 모습을 담은 미디어는 시청자들이 ‘혼자는 외로운 것’이라는 오랫동안 체득해 온 사고방식을 뒤흔들어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줬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혼밥’과 ‘혼술’
‘혼밥’에도 레벨이 존재한다. ▲1단계 편의점 ▲2단계 푸드코트 ▲3단계 분식집 ▲4단계 패스트푸드점 ▲5단계 중국집 ▲6단계 일식집 ▲7단계 패밀리 레스토랑 ▲8단계 고깃집이 그 순서이다. 높은 레벨에 도전할수록 혼밥 고수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에서는 ▲도시락 ▲컵국밥(육개장·사골곰탕 등) ▲간편조리식(떡볶이·부대찌개 등) ▲1인용 반찬(계란말이·고등어자반 등)과 같은 1인 가구를 공략한 ‘1인용 가정간편식(HMR)’과 ▲2개입 초코파이·호빵·카스타드 ▲컵 시리얼 ▲1인용 과일과 같은 ‘소포장’ 제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혼밥족’들을 겨냥한 ‘1인 식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외식업계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피자 프랜차이즈 전문점 피자헛은 1인 고객 전용 매장을 열고 피자·감자튀김·음료로 구성된 1인 전용 식사메뉴를 판매 중이다. 파파존스 역시 혼자 즐기기에 적당한 사이즈의 피자를 출시했다. 20대가 많이 찾는 신촌 일대에는 자리마다 칸막이와 천이 설치된 일명 ‘혼밥족을 위한’ 일본라멘집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직원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식권발매기를 통해 주문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전혀 어색해할 필요 없이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혼밥족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최근 SNS상에서 화제가 된 혼밥 전용 고깃집은 1인용 테이블에 작은 불판과 휴대폰 충전기, TV가 갖춰져 있어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1인용 화로구이, 보쌈, 파스타, 스시 전문점 등 다양한 혼밥 전용 식당들이 등장하고 있다.
혼밥의 응용 버전인 ‘혼술’ 역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TV를 보며 혼자 캔맥주를 마시거나, 혼술 전문 음식점을 직접 찾아다니는 ‘혼술족’들이 점점 늘고 있다. 2015년 신한트렌드연구소의 신한카드 이용자 결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식당과 술집 등에서 혼자 결제한 금액의 비율이 2011년 3.3%에서 2015년 7.3%로 4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편의점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소포장 마른안주부터 레토르트 식품, 미니 직화 냄비 식품 등 다양한 1인 전용 안줏거리 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류업계도 이를 감지해 소주와 맥주, 와인, 위스키, 보드카 등을 혼자 마시기 적당한 사이즈로 소형 주류화 하고 있다. 심지어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메뉴에 맥주를 추가하고, 맥주가 포함된 세트메뉴를 출시하는 등 ‘비어 페어링(Beer Pairing)’을 함으로써 혼술족을 겨냥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도 손쉽게 혼밥과 혼술의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맘대로 자유롭게 즐긴다, ‘혼영’
혼자 영화를 자주 본다는 정윤지(미디어·15)씨는 “혼자서 영화를 보면 영화를 같이 보기 위해 다른 사람과 일정을 맞출 필요가 없어 편하다”며 “눈치 보지 않고 취향대로 영화를 고를 수 있고, 영화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CGV 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관람객 중 1인 관람객의 비중은 2012년 7.7%에서 4년 만에 2016년 13.3%로 크게 증가했으며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로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가 응답률 57.4%로 가장 높았고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이 번거로워서’(20.3%), ▲‘동행인을 찾는 것이 귀찮아서’(13.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런 ‘혼영족’들을 사로잡기 위해 영화관에서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부터 기존 상품을 강화한 1인 관객용 ‘콤보’ 먹거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11일에 현장에서 발권하는 1인 관객에게 영화 관람권을 할인해 주는 ‘무비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메가박스는 1인 관객용 좌석인 ‘싱글석’을 따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한 열 전체가 다른 좌석과 분리됐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2월부터 ‘혼영팩’(혼자 영화패키지)’ 마케팅을 시행 중이다. 평일 18시 이전과 21시 이후에 롯데시네마 에비뉴엘관에 혼자 영화를 보러오면 영화 티켓과 다양한 1인 전용 스낵 콤보,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관람객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주는 ‘옆자리 보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혼자서 영화를 보러 오는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영화관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이렇게 ‘혼영’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혼자서 떠나는 나만의 여행, ‘혼행’
문성희(광고·15)씨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중 SNS를 통해 친구들의 여행 사진을 보고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때마침 방학 기간에 맞춰 저가항공의 항공권을 특가로 할인하는 사이트를 발견해 기말고사가 끝난 7월 중 3박 4일의 일정에 맞춰 항공권을 끊었다. 그녀는 아직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나 예산은 짜지 않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비용으로 혼자 여행을 하며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여행 준비를 하거나 일정을 계획할 때 다른 사람과 조율을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여행 중 생길 크고 작은 의견 차이로 인해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낯선 장소에서 스스로 새로운 사람들과 색다른 경험을 해 보는 도전인 이번 첫 ‘혼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항공이 국제선 탑승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7.9%가 ‘혼자 여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는 일상 속 ‘혼자 문화’의 범위가 여행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혼행에 꼭 필요한 정보를 담은 혼행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상당수 개발됐다. ‘마이리얼트립(My Real Trip)’은 독특한 지역별 테마나 유적지, 박물관 등 현지에서 다양한 가이드 프로그램을 예약해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문적인 설명이나 동행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핫츠고(HOTSGO)’는 해외 안전여행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중요도와 거리에 따라 주변 위험정보를 안내해 준다.
여행사에서는 ‘혼행족’을 위한 맞춤형 혼자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하나투어는 작년부터 싱글 차지(호텔 숙박 시 2인 1실 요금으로 책정돼 혼자 온 여행객이 2인 요금을 부담하는 것)를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처리해 주는 ‘혼행 남녀’ 기획 상품을, 인터파크 투어는 다른 혼행족과 함께 숙박하도록 배정해 숙박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혼자라도 괜찮아’ 기획 상품을 판매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상에서도 혼자 여행하기 좋은 관광명소나 게스트 하우스 추천 관련 게시글이 늘어 가는 추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저렴한 항공권이 널리 제공되면서 혼자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 혼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코노미’ 시대의 도래
1인 가구의 급증은 문화적 트렌드뿐만 아니라 경제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일코노미는 ‘1인 가구’에 ‘경제’를 뜻하는 영어 단어 이코노미(economy)를 합성한 신조어다. 금융권에서는 일코노미 시대의 도래에 맞게 다양한 1인 가구 맞춤형 금융상품을 선보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KB금융에서는 1인 가구용 적금과 대출, 카드, 펀드 서비스와 1인 가구의 생활 습관에 맞춰 공과금 자동납부, 소비, 여행 관련 혜택까지 제공하는 ‘KB일코노미 청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빅데이터로 개인별 소비성향을 분석해 주 소비 업종에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여가생활 관련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올포미 적금·카드 패키지’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자신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1인 가구의 특성을 파악해 건강관리 목표 달성 시 우대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의 ‘헬스 플러스 적금’을 선보였다. 삼성카드는 혼밥족을 공략해 CU 편의점과 배달의 민족 결제 시 할인을 해 주는 ‘CU 배달의민족 삼성카드 탭탭’을 출시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나홀로마케팅, 상품리모델링 등을 통한 1인 가구 고객층을 공략한 상품들이 흥행을 지속할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도 일코노미 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2015년에 들어서 1인 가구는 520만명을 넘어 3인, 4인 가구보다 더 흔해졌다. 통계청은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76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YOLO’라는 신조어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의미이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맞이하게 된 ‘나 홀로 시대’에 우리는 한 번뿐인 인생을 혼자서도 당당하고 자유롭게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잘해낼 수 있다. 남의 시선에 더는 신경 쓰지 말자.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스스로에게 투자하자.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사랑하는 것.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를 위한 삶의 버팀목이자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안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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