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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인간은 기계보다 창의적인가? :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기사입력 2017-04-10 12:15 기사수정 2017-04-10 12:15
   
 

일전에 학생들과 “인간은 기계보다 창의적인가”라는 논제로 토론한 적이 있다. 한참 인간과 기계의 한판 승부에서 알파고가 사람을 이겨 먹고 있던 때라 토론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기계가 인간보다 더 창의적이라고 주장하는 팀은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 전에 청중들을 향해 인간이 기계보다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청중의 3분의 2 이상이 손을 들었다. 이 팀은 의기양양하게 입론을 시작하면서 손을 들었던 사람들의 이런 통념을 토론을 통해 과감히 깨 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들은 기계의 뛰어난 학습능력, 무엇이든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개방성, 실수나 오차 없이 일을 처리하는 작업의 정교성 등을 들어, 기계가 인간보다 월등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새로운 것은 지난 것의 모방을 통해 이뤄지며 그런 면에서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학습하는 기계의 문제 해결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인간을 앞지른다는 것이다. 거기에 감각이나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고 편견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도 받지 않으면서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기계의 개방성은 기계의 창의성을 더한다는 거다. 이미 의료계에서 인간 의사보다는 기계인 윌슨의 진단을 더 신뢰해 윌슨의 처방대로 치료받겠다는 환자들이 더 많았던 것도 이미 사람들이 기계의 개방성과 객관성을 신뢰하는 예가 된다는 것이다. 논의가 거듭될수록 인간의 취약함과 비합리적인 면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토론 전에 손을 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진짜 인간은 기계보다는 창의적이지 못한 존재일까?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면에서 인간이 기계보다 더 나은 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24시간 내내 자지도 먹지도 않고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다른 사람의 지지와 인정도 받아야 하며 게으름도 피워야 살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기계는 못 하는데 인간은 하는 일은 없을까?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경험하지 못한 일,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존재이다. 두려움과 호기심을 발동시켜 존재하지도 않는 도깨비들에 대해 상상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러고는 그 이야기를 전하고 들으면서 즐거워한다. 참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쓸데없는 존재들이다.
동료 교수 중에 요즘 포켓몬 잡으러 돌아다니는 분들이 많다. 그런 교수에게 “학생들도 교수님이 이러고 다니는 거 아나요?”라고 놀리며 같이 웃는다. 이런 이야기를,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저서에서 인지 혁명이라는 거창한 말로 설명한다. 별 볼 일 없는 동물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게 된 원인을 뒷담화(언어)와 이야기(신화)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무엇인가 효율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을 통해 기계보다 창의적이 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다지 쓸 데 있는 일은 아니다. 이 글을 쓴다고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후배들의 간청에 못 이겨 쓰겠다고 했지만, 오늘 아침까지 계속 우유부단한 내 성격을 탓하면서 ‘무슨 핑계로 이것을 면해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 대전으로 출장 가는 버스 안에서 독촉에 못 이겨 이 글을 쓰고 있다. 기계였다면 처음에 단호히 거절했거나,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으면 약속한 시각 안에 정해진 목적에 맞게 깔끔한 글을 완성하여 벌써 보냈을 텐데……. 그런데 필자는 결국 인정에 못 이겨 결정하고 게으름 피우다 버스에서 잠도 못 자고 이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결국 우유부단하고 게으르며 실수도 많은 인간이 지금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또 다른 그런 인간이 그 글을 읽고 이 글에 이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된 「노력중독」이라는 책이 있다. 뇌 과학자 한 사람과 임상심리학자 한 사람이 함께 쓴 책으로, 이 책의 원제는 ‘인간을 어리석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었던 것 같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넘쳐나는 지식, 속도, 편견, 너무 많은 친구, 완벽함에 대한 강박, 전문성에 대한 맹신, 너무 많은 독서 등이 인간을 점점 멍청한 존재로 만든다고 말한다. 물론 과학자들이니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이다. 이 책 표지의 날개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왜 죽어라 노력하는데 우리는 왜 더 현명해지기는커녕 더 멍청해지는 걸까?”. 이 책은 빨리 많이 쌓은 간접 경험보다는 자기 몸으로 직접 부딪쳐 가며 겪는 직접 경험이 인간을 훨씬 지혜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자, 그럼 이제 우리 기계보다 창의적이 되려면, 아니 덜 멍청한 사람이 되려면 이제 속도를 줄이고 공부량도 줄이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빈둥거려 볼까요?
여러분의 대답은 보나 마나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배에 기름이 끼셨군. 난 창의적이고 싶지도 현명해지고 싶지도 않고 단지 일하고 싶을 뿐이랍니다. 전 바빠서 이만”이라고 하겠죠?
“그럼, 맘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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