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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다양성 수렴이 진정한 학내통합이다
 
기사입력 2017-04-10 12:16 기사수정 2017-04-10 12:16
   
 
온갖 꽃이 피기 시작한 초봄이다. 백화가 만발한 캠퍼스의 황홀한 춘경(春景)이 하루하루 기대되는 때이다. 캠퍼스 밖 세상도 다음 달에 있을 대선(大選)을 ‘장미 선거’로 이름해 봄의 흥취를 더욱 북돋운다. 다양한 정치적 주장이 서로 경쟁하며 공방이 치열한 와중에도 유독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자는 주장이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는 탄핵정국이 초래한 후유증을 감안할 때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일부 공감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획일적인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며, 이즈음 진정한 통합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봄철 온 산야에 한 가지 꽃만 폈다면 싱그러운 봄의 정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목련, 매화, 벚꽃, 배꽃,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여기저기 다양하게 개화해야 봄이 눈부시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흔히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동양 역사상 사상과 문화가 가장 찬란했던 시대였다. 천하일통(天下一統) 사상에서 보면 난세였지만 시대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한 제자백가의 다양한 방안이 사상과 문화를 활짝 개화시켰다. 국론이 ‘하나’가 돼서가 아니라 오히려 ‘여럿’이어서 나온 결실이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의 의견통합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론통일과 국민통합의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국론이 통일돼야 하는지 의문시된다. 무조건적인 통합은 곤란하다. 어느 국가나 사회가 다양함을 무시한 채 한 가지 의견으로 통일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봄철 한 가지 꽃만 핀 것과 진배없다.
사실 민주주의의 본질은 일사불란함보다 다양한 의견의 각축과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진정한 국민통합이란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상호 교환으로 소통이 활발히 이뤄질 때 가능하다. 활발한 소통은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물론 서로의 의견을 배척하지 않고 경청하는 풍토가 전제돼야 한다. 나만 옳다는 독선을 경계하고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아량이 필요하다.
탄핵을 초래한 박근혜 정권은 국정교과서 추진과 같은 무리한 국론통일을 앞세워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몰락했다. 국민과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은 커녕 곁에 둔 각료와의 소통조차 부실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도 박근혜 정권의 파국적 귀결을 마땅히 후세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대학 당국 또한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되새겨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다수의 지지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결코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비효율적이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학 당국의 의지와 발상이 설사 당위성을 지닌 선견지명이라도 학내의 협의 과정을 생략하고 법과 규칙을 앞세운 일방통행이라면 정당성을 의심받고 도전에 직면하기 쉽다. 의견수렴과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한 결정은 결국 구성원의 불신과 불만을 낳게 되고 종국에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된다. 지난해의 이화여대 사태도 민주적 절차를 번거롭고 낭비적으로 생각한 효율 만능주의가 도화선이 된 자업자득이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작금에 학내에서 질의를 받고 있는 현안들이 있다. 고려보건대 매입과 학칙개정문제 등이 그것이다. 대학 당국은 학내구성원의 질의에 인내심을 갖고 성의 있게 답해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하길 바란다. 돌아가는 길은 길지만 때로는 역풍이 부는 지름길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다. 학교 당국과 구성원 대표끼리 봄꽃 만발한 교정에서 막걸리 한 사발씩 나누며 서로 소통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통합의 한 마당이 북악 교정에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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