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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위원 데스크]밥 한번 먹자. 이왕이면 천천히 나오는 걸로.
 
기사입력 2017-04-10 12:17 기사수정 2017-04-10 12:17
   
 
요즘 세상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모든 이벤트가 SNS를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어떠한 사업 모델도 SNS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SNS의 중요성은 모두 알고 있으며,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먼저 SNS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도 거대한 부정의 윤곽을 드러내는 데 SNS의 파급력이 한몫했다. 언론의 힘만으로는 조도(照度)가 부족했을 것이다. SNS 특유의 파급력으로 촛불이 빠르게 번져 나가 더러운 모습을 낱낱이 조명할 수 있었다. 또한 SNS는 흔히 말하는 인맥(人脈)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SNS를 이용하는 우리 모두 활발하게 메시지와 댓글을 주고받지만 만나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게다가 재밌다. 인간이 관음적 본성을 가졌는지, 다른 친구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묘한 쾌감이 있다. 반면 동시에 묘한 질투심, 가벼운 우울함, 불안감 등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의 근원은 무엇일까.
SNS상의 개인은 표류한다. 대부분의 진실한 연대를 상실한 채,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를 연대라고 믿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모두 각각 유리된 개인의 군상일 뿐이다. 수업 중에 한 교수님께서 물어보신 적이 있다. “직접 만나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되느냐”고. 물론 SNS 따위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친구는 적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친구를 세 명만 사귀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니까. 그러나 인터넷망 덕분에 우리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결국 대부분의 학생은 대답을 어려워했다. ‘곁에 수많은 사람들을 두고 있어서,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모두 유리돼 있으며, 그래서 SNS를 쉽게 놓지 못한다. SNS에서 싸구려 감성을 동냥 받으며 고립은 더욱 심화된다. 흔히 말하는 관심병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관심받지 못하면 지독한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발병하는 것이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짜 관심이 아닌, ‘ㅋㅋ’나 ‘ㅠㅠ’ 등으로 위장한 가짜 관심들이 병을 더욱 심화시킨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사회연결망이 진정으로 우리를 연결해 주는 동아줄인지, 우리를 서서히 죄어 오고 있는 그물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SNS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이전보다 습득하는 정보의 양은 한량없이 늘어났으나, 과연 정보의 질 또한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SNS 등지에서 습득하는 정보 중에는 유용한 것도 더러 있으나, 아무 의미 없는 문자의 배열들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걸러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세상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만을 고집한다. 더는 읽는 데 시간이 걸리는 책이나 신문 따위는 읽지 않고, 즉석에서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지식만을 원한다. 저급한 지적 허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책이나 신문에는 암묵적인 정보 선별 과정이 있다. 책이나 신문이 거짓을 말하는 것은 SNS가 거짓을 말하는 것과 무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편집 과정을 거치게 마련인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SNS 때문에 도태된 매체인 책 또는 신문이 역설적으로 SNS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헤어 나오지 못한다. 헤어 나오기에는 이미 같이 손을 잡고 나올 사람이 없으며, 바닷물은 더이상 짜지 않고 달기만 하다. 우리의 자아는 혼수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주체를 지키기 위한 자아성찰의 시간조차 가질 수 없다. 내 곁에 이미 보이지 않는 수많은 타인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 수많은 타인들 때문에 우리는 혼밥·혼술족이 되고, 밥 한번 먹자는 거짓말을 한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SNS를 하며 웃다가도 문득,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장소성이 없는 인터넷상의 공간에는 정착할 수 없다. 항상 표류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이러한 현대적 우울증의 근원일 것이다.
필자는 SNS를 하지 않는다. 계정은 있으나 접속하지 않는다. 계정을 삭제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유용하기 때문이다. 친구의 안부를 물을 때는 전화를 하고 친구가 보고 싶을 때는 직접 만나 밥을 먹지만, 대부분의 이벤트나 행사 등이 SNS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마냥 계정을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사회적으로도 SNS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SNS를 완전히 배제하기란 불가능하다. SNS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가 가지고 있는 단점 또한 확실하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종이신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바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 주며, ‘나’를 찾고 ‘나’를 다지는 시간을 주는 일, 이른바 ‘위로’하는 일이 책과 신문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패스트푸드만 먹다 보면 언젠가 영양 불균형이 크게 오기 마련이다. 우리, 아무리 바쁘더라도 밥 한번 먹자.


최현도(국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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