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기사제휴
 
 
 
  [사회문화]추억을 재상영하다, 재개봉 영화의 모든 것
 
기사입력 2017-05-29 14:54 기사수정 2017-05-29 14:54
   
 

요즘 극장에 가면 새로 개봉한 신작 영화들 사이에서 익숙한 제목의 영화를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재개봉 영화들이다. 2017년 5월 현재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로맨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주드 로와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클로저」 등이 재상영 중이다. 재개봉이란 ‘개봉해 이미 상영했던 영화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상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거나 영화제 등에서 큰 상을 받게 될 때 재개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재개봉 영화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영화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재개봉 영화의 현주소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해당연도 개봉 작품이 아닌 작품 중 전년도 이월작품을 제외하고, 총 40회차 이상 상영한 작품’을 ‘재개봉 영화’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1개 상영관에서 일주일간 전일 상영되는 경우의 상영 회차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2017년 5월 기준 CGV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재개봉 영화는 「▲물랑 루즈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피아니스트 ▲8 마일 ▲데드 맨 ▲오페라의 유령 ▲일 포스티노 ▲시카고」등 총 여덟 작품이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가 모두 40개라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재개봉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재개봉 영화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34편이었던 재개봉 영화 편수는 지난해 90편으로 약 164%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 재개봉의 역사는 생각 보다 오래됐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1978년 국내에서 처음 개봉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95년 재개봉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영화 재개봉은 ‘한시적인 행사’로 여겨졌다. 그 까닭에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서도 재개봉 영화에 대한 통계는 공식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부진했던 재개봉 영화 시장에 처음으로 활기를 불어넣은 건 지난 2015년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이다.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멜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2005년 최초 개봉 당시에는 ‘난해하다’는 평을 받으며 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지난 2015년에는 32만 명이 「이터널 선샤인」을 관람했다. 이는 최초 개봉 당시 관객 수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이터널 선샤인」의 성공 이후 극장가는 앞 다퉈 영화 재개봉에 뛰어들게 됐다.
그렇다면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를 재개봉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알 수 없지만,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을 재개봉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재개봉 영화는 이미 상영된 적이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잠재적 관객의 상당수가 벌써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성이나 줄거리 등의 요소는 재개봉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극장은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해 재개봉할 영화를 선정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에 맞춰 「스포트라이트」,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역대 아카데미 수상작을 상영하거나 「라라랜드」의 인기에 편승해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등 뮤지컬 영화를 재개봉하는 식이다.
한편 영화 재개봉은 오랜 시간이 흘러 묻혀 있던 명작을 재조명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재개봉 열풍을 분석하며 “과거에 빛을 보지 못했던 영화들이 재개봉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개봉 영화의 관객은 처음 영화를 감상하는 최초 관람객과 두 번째(혹은 그 이상)로 영화를 감상하는 재관람객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어떤 부류에 속하든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재개봉 영화는 특별하다. 최초 관람객은 시기가 맞지 않아 상영 기간을 놓친 영화를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고, 재관람객은 과거의 명작을 다시 봄으로써 향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플랫폼 사이에서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는 이유

앞서 재개봉 영화의 흥행 사례에 대해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재개봉 영화는 관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신 개봉작과 달리 재개봉 영화는 ▲VOD 서비스 ▲인터넷 다운로드 ▲IPTV 서비스 ▲텔레비전의 영화 전문채널 등 굳이 극장에 가지 않고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장에서는 재개봉 영화의 관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흥행 전략을 사용한다.
우선 ‘극장’이라는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대형 스크린과 좋은 음향 시설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액션 영화나 공연 실황을 담은 뮤지컬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인터스텔라」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을 IMAX(일반 영화의 스크린보다 10배 정도 큰 초대형 스크린 방식을 이용한 촬영과 영사 시스템)나 4D로 재개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 큰 스크린, 더욱 좋은 음향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으로 관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또한 배급사에서는 영화 재개봉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영화 관람 후 증정 형식으로 지급되는 굿즈 이벤트를 들 수 있다. 올해 초 재개봉한 「빌리 엘리어트」와 「패왕별희」는 각각 영화의 이미지를 빌린 마스킹 테이프와 엽서 세트를 관람객에게 지급했다. 영화 팬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재개봉 영화 굿즈는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외에도 극장에서는 유명 평론가와 함께하는 ‘GV(관객과의 대화)’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관객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현대적 감성에 맞춰 영화 포스터를 리디자인해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2015년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의 리디자인 포스터가 화제가 됐다. 「이터널 선샤인」의 2005년 포스터에는 주연 배우의 얼굴이 크게 담겨 있다. 하지만 재개봉 당시 사용된 포스터에서는 배우의 얼굴을 과감히 삭제했다. 그 대신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라는 감성적인 문구와 함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해 큰 호평을 받았다.

재개봉 영화의 그늘,
스크린 독과점

한편 대형 제작사의 스크린 독과점은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이란 대형 제작사에서 만든 일부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검사외전」이 상영점유율 50%를 돌파하며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은 대기업의 경영 논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 시장은 일부 대기업이 영화 제작 단계부터 투자, 배급, 극장, 부가판권 시장까지의 전 과정을 독식하는 구조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흥행 예측 수치에 기반을 둬 개봉작에 스크린을 배정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게 되고, 관객은 ‘상영관이 없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개봉 영화는 관객의 영화 선택 폭을 늘려 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재개봉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스크린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그런데 재개봉 영화의 상영관이 늘어날 때, 최신 개봉작 즉 상업 영화의 상영관은 줄어들지 않는다.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전부 맡고 있는 대기업은 상업 영화가 가져다주는 수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개봉작의 수가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건 다양성 영화(중소 제작사에서 만든 독립 영화, 예술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상영관이다. 제한된 스크린 수 때문에 다양성 영화들의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결국 재개봉 영화가 중소 제작사가 만든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의 상영관을 위협하면서, 오히려 영화 선택의 다양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개봉 영화는 다양성 영화와 비슷한 형편이다. 재개봉 영화 역시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재개봉 영화의 대부분은 극소수의 영화관에서만 상영되며, 상영 횟수도 하루에 한 번이 채 될까 말까 하다. 영화를 상영하는 시간대도 관객이 거의 찾지 않는 심야나 조조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재(2017년 5월 기준) CGV에서 재개봉한 8편의 영화 중 전국의 5개 이상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두 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이상 상영되는 영화는 단 한 편뿐이다. 즉 재개봉 영화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개봉 영화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위에서 언급한 스크린 확보 문제뿐 아니라 ▲장르의 편중 ▲국내 영화 약세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개봉 영화의 동향과 특징’에 대해 연구 중인 이지영(영화방송(院)·15)씨는 “당분간 재개봉 영화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겠지만, 언젠가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상업적 목적만을 지닌 무분별한 재개봉’을 재개봉 영화 시장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지영 씨는 “관객에게 명확한 재개봉 사유가 제시돼야 한다”며 “특정 사유 없이 무분별하게 재개봉 영화가 증가한다면, 재개봉 영화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극장 관람’의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재개봉 열풍이 2~3년 반짝 유행이 아니라, 안정적인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예술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과거 칭송받았던 작품이 이전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기도 하고, 당대에는 졸작으로 여겨졌던 작품이 뒤늦게 사랑받기도 한다. 이는 각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관과 사회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또 시간이 흘러 빛나는 가치도 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에는 바로 그런 가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김혜원 기자

참고/
1) 영화진흥위원회, 「201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2017
2) 이지숙, 「‘화려한 귀환’ 명작 재개봉 열풍」, <프라임경제>, 2017
3) 박미애, 「‘00년만에 스크린 부활’… 극장가 재개봉 열풍」, <이데일리>, 2016
 
   
   
신문사소개 광고안내 기사제휴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