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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
 
기사입력 2017-05-29 14:58 기사수정 2017-05-29 14:58
   
 

지난 5월 9일(화)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이번 선거부터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손가락으로 표시한 채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벽보 앞에서 엑스(X)자를 하는 것 역시 가능해졌다. 선관위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대해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유명 연예인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97년생 여배우 클로이 모레츠는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해 “내 생애 첫 대선 투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행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바뀐 선거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지 후보를 드러내는 것을 꺼렸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회적 배경은 전혀 다르다. 또한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큰 파급력을 가진다. 그러니 정치적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도 되고, 어떤 측면에서는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원활한 정치 담론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데 ‘검열’을 받는 것이 공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종종 “사석에서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 혹은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움이 난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사람을 보면 깬다”와 같은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아마 누구든지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궁금하다. 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가? 시민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이다. 선거철에 투표를 독려하거나 정부 정책에 관심 갖기를 촉구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능동적인 정치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바라면서도 두 명 이상이 참여하는 정치 담론 형성에 소극적인 것은 모순이 아닐까?
아직 우리 사회는 정치적 발언에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듯하다. 물론 과도하게 선전하거나 근거 없이 비방하는 발언을 지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정치 화제뿐 아니라 모든 주제의 대화에서 요구되는 일일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틀’이 존재한다. 전후 상황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파편에 치우쳐, 대상을 일정한 틀에 가두어 놓은 채 규정하곤 한다. 이는 특정 지역에 관한 논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느냐 하는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머릿속을 알게 모르게 떠다니는 이러한 ‘틀’이 우리 스스로의 입을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우리 모두가 ‘정치 이야기’에 대해 조금은 유연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단지 갈등이 두려워 정치적 대화를 꺼리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갈등은 필수적이다. 어떤 쟁점에 대해 의견이 하나뿐인 것은 독재 사회에서나 가능할 법하다. 그러니 갈등은 얼마든지 일어나도 좋다. 어떤 정책이 타당한지에 대해 입장이 달라서 논쟁하는 것도 괜찮고, 지지 후보가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중요한 것은 편견 없는 태도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소통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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