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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시사]그 시절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리메이크에 대해
 
기사입력 2017-08-28 11:42 기사수정 2017-08-28 11:44
   
 


최근 우리 문화콘텐츠 시장에는 원작을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 넘쳐나고 있다. 실제로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살인자의 기억법」은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며, 현재 방영 중인 OCN 드라마 「구해줘」와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은 각각 웹툰과 만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러한 리메이크 현상은 비단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음반·공연·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문화콘텐츠의 장르 간 변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리메이크의 정의와 현황
리메이크는 ‘이미 발표된 작품을 다시 만드는 것’으로,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노래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같은 장르 또는 다른 장르로 변환되는 것을 지칭한다. 과거에는 '리메이크'라고 한다면 기존 작품을 같은 장르 내에서 재창작하는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장르의 구별 없이 리메이크가 이뤄지고 있다. 뮤지컬이 영화가 되고, 웹툰이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소설이 되는 식이다. 또 해외 콘텐츠의 리메이크 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작품의 판권이 해외로 수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방영된 KBS 드라마 「굿 닥터」는 미국 방송사 ABC에 판권을 수출해 다음달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을 부분적으로 수정하지만 대체로 원작의 의도를 충실히 따른다. 이 점에서 원작의 이름을 빌릴 뿐 새로운 주제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패러디와 구분되며, 원작을 차용했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점에서 표절과는 다르다. 한편 김수정(사회)교수는 리메이크 현상에 대해 “감성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세대 간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자는 리메이크를 ▲신선한 콘텐츠 개발의 어려움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상술의 결과로 해석하지만, 문화사회학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리메이크 현상은 세대 간 교류에 대한 강한 열망 내지는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 시장에는 얼마나 많은 리메이크 작품이 존재하고 있을까? 2017년 8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 리메이크 작품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다크타워: 희망의 탑」 ▲「매혹당한 사람들」 ▲「레이디 맥베스」 ▲「헛소동」 등 6편이며, 방영 중인 TV 드라마 중 리메이크 작품은 ▲「왕은 사랑한다」 ▲「크리미널 마인드」 ▲「하백의 신부 2017」 ▲「구해줘」 등 4편이다. 공연 시장의 경우 리메이크 작품의 점유가 더욱 두드러진다. ▲「서편제」 ▲「아리랑」 ▲「헤드윅」 ▲「은밀하게 위대하게」 ▲「레베카」 등 수십편에 달하는 리메이크 뮤지컬들이 상연 중이다. 한 관계자는 “리메이크 작품의 경우 원작의 인지도 덕분에 초반 홍보가 용이하다”며 뮤지컬 산업에 리메이크가 성행하는 까닭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리메이크 현상을 ‘유행’ 혹은 ‘트렌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 문화콘텐츠 시장에 리메이크 작품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과는 별개로, 리메이크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 예로 우리나라의 고전 소설 「춘향전」을 들 수 있다. 「춘향전」은 이본이 120여편이 넘으며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판소리로 재창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또 현대에 이르러서도 뮤지컬,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있다. 한편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곡인 비틀스의 「Yesterday」는 발매 후 52년 간 3000명이 넘는 아티스트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즈」는 75번 이상 리메이크됐고, 샤를 페로의 동화 「신데렐라」 역시 뮤지컬, 영화, 소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100번 이상 리메이크됐다.


리메이크를 하는 이유,
안전성 확보와 홍보비 절감
이러한 리메이크 작품의 제작 배경에는 경제의 원리가 있다. 지금 우리 문화콘텐츠 시장에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매달 십수편의 드라마가 방영되며, 수십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수천편의 책이 출판된다. 그러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자 혹은 제작자가 리메이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 때문일 것이다. 리메이크는 이미 인기가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흥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원작의 인지도 덕분에 초반 홍보비용 역시 경감된다. 또 이미 구체적인 스토리가 나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다. 즉 완전히 새로운 작품과의 경쟁에서 리메이크 작품은 보다 유리한 출발을 하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리메이크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특히 원작의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향유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화 체험이다. 이는 원작과 동일한 매체로 리메이크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유효한 장점이다.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작품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팀 버튼 감독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DC 코믹스의 '배트맨'이라는 동일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두 감독의 영화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과는 별개의 작품이며, 이미 원작을 소비한 경험이 있는 이에게도 새롭게 향유될 수 있다.
또한 리메이크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원작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인권의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는 2015년 가수 이적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로 리메이크한 이후 더 큰 사랑을 받았다. 「헝거 게임」이나 「트와일라잇」등의 소설 역시 리메이크 영화의 개봉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처럼 리메이크는 원작자에게 부가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리메이크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글로벌인문·지역대학생 A씨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다. 하지만 리메이크 영화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A씨는 “영화에서는 소설의 중요한 내용이 대량 삭제되고, 대신 쓸모없는 장면들이 추가됐다”며 “원작이 가지고 있던 매력이 반감됐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과학대학생 B씨는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다소 지루했지만, 영화는 화면이 아름다워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며 리메이크 작품이 원작보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리메이크 작품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은 일부이다. 어떤 작품은 원작을 뛰어넘었다고 극찬 받는 반면 어떤 작품은 원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며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리메이크 작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철저한 시장 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방영됐던 tvN 드라마 「안투라지」는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여덟 번째 시즌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1% 이하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실패 요인으로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는 전개, 자극적인 대사 등을 꼽았다. 반면 2009년 방영된 「꽃보다 남자」의 경우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우리나라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어 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홍주현(미디어)교수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미디어 산업에서 제작자들이 실패할 확률이 낮은 리메이크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리메이크 작품이 성공한 사례가 실패한 사례보다 월등히 많지 않은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메이크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제작 단계나 방영 전에 화제성을 얻기는 쉽지만, 막상 작품이 공개된 후에 소비자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 ▲다양한 에피소드 ▲살아 있는 등장인물 등 다른 매력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리메이크 작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작품을 제작하는 한편 원작의 의도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남긴 문장으로 권력과 명예에는 그만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의미이다. 리메이크에는 특별한 의의가 있다. 과거의 명작을 현대의 눈으로 재조명하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단지 '쉬운 길'이기 때문에 선택한 리메이크라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미 완성된 그림에 무의미한 덧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고/
1) 이문행, 「리메이크 유형에 대한 연구」, 2009
2) 방연주, 「리메이크, 웹툰은 되고, 미드는 안되고?」.
, 2017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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