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다른 애완동물을 기르는 학우들을 찾아서

흔히 ‘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키우는 동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파충류 등의 특이한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없었지만 요즘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색다른 애완동물을 키우는 학생들을 찾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글>



까칠하지만 달콤한 ‘고슴도치’
이현빈(실내디자인·2)양과 꼬망이(고슴도치 플라티나종, 수컷, 4개월)
첫만남부터 겁없던 녀석

이현빈 양이 고슴도치 ‘꼬망이’와 함께 생활한 지 어느덧 3개월이 됐다. 그녀는 “처음 꼬망이를 만났을 때 가시가 작아서 그냥 ‘쥐’ 같았다”며 “보통 동물들은 사람을 처음 보면 겁을 먹는데 조그마한 녀석이 겁도 없이 활발하게 쏘다녔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 양은 고슴도치에 관심이 있었지만, 키우고자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이 친구 집에서 분양을 받아와 기르게 된 것이다.

귀여운 탈옥수 ‘꼬망이’
꼬망이의 장기는 탈출이다. 박스의 작은 구멍으로 나가거나 물통을 밟고 나간다. 처음 꼬망이가 탈출했을 때 이현빈 양과 그 가족들은 온 집안을 다 뒤졌지만 꼬망이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개어놓은 수건의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여기에 있나?’하고 들춰봤는데 꼬망이가 그곳에 웅크려 자고 있었다. 이 양은 “그 때 꼬망이의 행동이 신기했고 너무 귀여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꼬망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양말을 바닥에 널어놓으면 탈출해서 들어가 있고, 천이 있는 곳에 들어가 있기도 해서 그 이후부터는 우리 안에 천을 넣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양은 평소 꼬망이가 하품할 때, 기지개를 켤 때, 웅크리고 있을 때, 뒷다리로 가시를 긁을 때 가장 귀엽다고 한다. 생김새가 앙증맞기 때문에 움직임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이현빈 양은 “고슴도치가 지능이 좋은 동물이 아님에도 냄새로 나를 알아볼 때 신기하다”며 “내가 만지면 가시도 많이 세우지 않고 먹이를 주면 잘 받아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리고 놀 때 옷에다가 ‘실례’를 할 때는 밉다고 한다.

어렵지 않은 고슴도치 키우는 법
이 양은 “고슴도치를 키우는 것은 특별히 번거롭거나 어렵진 않다”고 말했다. 우선 고슴도치우리를 만들 때는 케이스에 톱밥을 평평하게 까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배설물 냄새가 특이해서 톱밥을 자주 갈아줘야 한다. 피부가 예민하기 때문에 목욕은 고양이 샴푸로 시켜준다. 먹이로는 평소에 고슴도치 사료와 영상분 상으로 차이가 없는 고양이 사료를 주면 되고, 가끔 간식으로 살아있는 밀웜(먼지벌레붙이의 유충)이나 귀뚜라미를 주면 된다.

‘꼬망이’는 가족이며 친구다
그녀는 꼬망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이미 정든 가족의 일원이고 꼬망이로 인해 책임감을 배우게 됐다고 말한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친구라고도 할 수 있다. 심심할 때 같이 놀면 즐겁고 우울할 때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찌보면 고슴도치는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이지만 사람은 그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꼬망이가 말없는 친구같은 존재로 느껴진다고 한다. 이 양은 “생김새가 특이해서 그렇지 보통 동물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며 “민감하기 때문에 자주 만질 수는 없지만 작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기엔 좋은 동물”이라고 밝혔다.

의외로 귀여운 ‘이구아나’
권태환(경영·1)군과 두지(그린 이구아나, 수컷, 8살)

끝까지 함께하게 된 이구아나 ‘두지’
권태환 군은 막연히 초등학교 시절에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는 털도 날리고 냄새도 나서 키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왕 키우기로 했으니 특별한 동물을 키우고 싶었다. 권 군은 처음에 이구아나 두 마리를 샀지만 호기심에 너무 많이 만져 스트레스를 받아 모두 금방 죽었다고 한다. 그 이후 다시 산 것이 지금의 두지다. 파충류 샵에 있던 움직이지 않는 다른 이구아나들과 달리, 두지만 활발하게 뛰어다녔다. 그 모습을 보고 건강할 것 같아 한 눈에 골랐다고 한다. 비어디드래곤(도마뱀의 일종)과 타란툴라(독거미의 일종)를 키우기도 했지만 이구아나의 매력에 빠져 결국 지금 함께하고 있는 것은 두지뿐이다.

그는 “이구아나는 키우기에 깔끔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수명도 긴 편이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고 이구아나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노년기에 접어든 두지와 함께 하는 생활
두지가 새끼일 때는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많이 먹었다. 우리 밖으로 탈출해서 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아지만큼 커졌고 늙어서 움직임이 느려졌다. 아침에 권 군이 일어나면 두지도 같이 일어나고 집에 햇볕이 들어오면 그쪽으로 느릿느릿 기어간다. 밤에는 전기장판을 켜놓으면 알아서 그곳으로 가서 잔다. 두지가 새끼일 때는 손이 많이 갔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잘 지낸다. 권 군은 “두지의 나이가 많이 든 만큼 오랫동안 함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지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며 “베란다에 햇빛이 들어오면 ‘우리 두지 햇빛 쐬어줘야 하는데 어딨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구아나를 키우려면 따뜻한 마음만큼 따뜻한 환경을
이구아나의 먹이로는 전용사료와 오이, 애호박, 당근, 상추 등의 채소를 주면 된다. 또한 거의 나무에서 일생을 보내는 동물이기 때문에 발톱이 딱딱하고 날카롭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깎을 수 없기 때문에 바위나 나무에 올려둬서 자연스럽게 마모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주의할 것은 ‘온도’이다. 이구아나는 냉혈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온도가 변하며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간다. 추우면 신체 활동이 멈추고 몇 시간 뒤에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권 군은 “집에서 사람이 지내기에 따뜻한 온도면 적당하다”며 “여름에는 집안에 풀어놓으면 되지만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켜는 등 항상 주의해서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구아나에게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은 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 셈이다.

학창시절을 함께한 ‘보물1호’
예전에 권 군은 여자친구에게 농담 삼아 “이구아나가 당신보다 소중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두지는 그에게 소중하다. 학창시절 두지와 함께한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두지는 그 시절의 일부이고,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곳에 두지가 있다. 두지는 그에게 소중한 가족인 것이다. 권 군은 “두지의 나이가 많아서 이제 두지가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며 “매일 옆에서 기어 다니고 있던 녀석이 없어지면 정말 슬플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민물고기와 다슬기’
최다람(산림·1)양과 민물고기(8마리), 다슬기(5마리)

아버지께서 자연에서 데려온 친구들
최다람 양의 집에서는 원래 어항에 열대어를 키웠다. 어느 날 최 양의 아버지가 잡아온 다슬기 몇 마리를 열대어가 있던 어항에 넣었는데 물이 정화됐다. 그래서 아버지는 다슬기를 몇 마리 더 잡아와 본격적으로 키우게 됐다.

민물고기는 열대어가 몇 마리 죽어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최 양의 아버지가 잡아오셨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열대어는 다른 집에 주고 민물고기를 더 잡아서 키우게 됐다. 결국 자연에서 온 친구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어항이 된 것이다.

‘민물고기, 다슬기’과 함께 하는 생활
‘민물고기 어항’과 관련된 그녀의 일과는 어항을 지나치다 가끔 모이를 주는 정도지만 어항은 최 양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최 양의 아버지는 상추 값이 한창 올랐을 때, 최 양에게는 상추를 주지 않고 다슬기에게 먹으라고 어항에 넣었던 적이 있다. 최다람 양은 “이 뿐만 아니라 고깃집에서 상추를 보면 아버지께서 ‘다슬기 주게 상추 챙겨’라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기도 한다”며 일화를 밝혔다.

어항 속 자연을 유지하려는 노력
또한 최대한 어항 속에 자연 상태를 유지해주기 위해 최 양의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할 때 생수병 2통 정도 계곡물을 떠온다. 어항도 큰 수조로 바꾸고 바닥에 자갈도 깔았다. 그녀는 “먹이로 민물고기에게 열대어 먹이를 줬지만 먹지 않는다”며 “대안으로 계곡에서 가져온 이끼낀 돌을 가져와 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 양은 “아버지께서 어항을 위해 정성을 쏟은 만큼 민물고기가 대어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다 자라면 자연으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어항
최 양은 멍하니 있을 때 가만히 어항 앞에 앉아 한참 민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한다. 최 양은 “그들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원래 열대어를 더 좋아했지만 자연을 추구하시는 아버지로 인해 민물고기와 다슬기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최 양은 “물고기가 어항 안에서 헤엄치는 것을 바라볼 때 자연의 생동감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양은 “평범하고 많이 알려진 열대어보다 번거롭지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민물고기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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