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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클라투 행성에서 온 소설가, 조현을 만나다
 
기사입력 2012-10-15 13:17 기사수정 2012-10-15 13:51
   
 


지난 4일(목),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난 캠퍼스에는 왁자지껄한 활기가 돌았다. 정오를 갓 넘긴 오후의 예술대학에도 수많은 학생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활기찬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홀로 앉아있던 기자에게 다가온 경쾌한 목소리. 이번 제888호 ‘사람’면의 주인공, 공연예술학부 직원 조현 씨였다. <편집자 글>





‘소설가’ 조현


조현 씨는 지난 2008년, 단편「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정식 작가’가 됐다. 이 작품은 인류가 멸망한 2133년에 T S 엘리엇의 시를 주제로 사이보그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학술 논문의 형식을 빌려 실재 존재하는 TS 엘리엇의 시에 허구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놓고 있다. 한국 문단에서는 보기 드문 ‘장르문학’으로 등단에 성공한 조현 씨는 활발한 창작 활동을 보이며 등단한지 3년 만에 단편집「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를 발표했다.
원로 평론가 김윤식씨는 2011 월간 ‘문학사상’ 1월호 월평에서 그의 단편집에 실린「라 팜파, 초록빛 유형지」에 대해 ‘고급의 소설이 그러하듯 읽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요망되는 작품. 다 읽고 난 후에 여운이 남되, 칙칙하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하며 호평한 바 있다.
그는 올해도 이런 문단의 호평 속에서 단편「그 순간 너와 난」으로 ‘제36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1」은 ‘제12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본선 후보’,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 속에 배어 있는 ‘SF 코드’
현재까지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SF적 코드’다. 그가 2008년도에 발표한 단편집과 「그 순간 너와 난」,「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1」등에서는 대부분 미스테리와 SF적인 요소들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영화를 즐겨 보면서 「토탈리콜」,「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등 SF장르의 영화들에 매료됐다. 또한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독서 속에서 아서 클라크와 같은 SF작가들이 쓴 작품들에 깊은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보통 철학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설명하려 할 때 논리적인 접근을 하는데, 이러한 논리적 접근에 ‘상상’을 덧붙일 수 있는 것이 SF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창작의 근원, ‘꿈’과 ‘독서’


그가 이제까지 발표한 많은 장·단편들은 허구와 실재가 미묘하게 공존하며 모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예를 들어, 단편「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마이클 햄버거’라는 실존하는 시인의 시집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우연의 우연을 거듭한 끝에 한국 카피라이터 김경주의 손에 들어가 맥도날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햄버거, ‘마이클 버거’를 탄생시킨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맥도날드 메뉴 ‘마이클 버거’는 패스트푸드, 정크푸드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맥도날드가 고안한 해결책이다. 이 햄버거를 구입한 소비자는 ▲연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 ▲10년 후의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 등 여러 카테고리 중 하나를 선택해 그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시 한 편을 책갈피로 증정 받는다. 사람들이 ‘마이클 버거’를 통해 갖게 되는 시는 오직 맥도날드에서만 존재한다. 맥도날드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품질관리를 통해 시를 솎아내고 ‘독자들의 기호에 맞는’ 시들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이 작품에서는 정크 푸드와 자본주의의 대명사인 맥도날드와 문학이 만나 ‘소비자 맞춤형 시’를 만들어 낸다는 조현 씨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런 개성적인 글들의 영감은 조현 씨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얻어진다. 그것은 바로 ‘꿈’이다. 그는 일상과는 다른 환상들이 펼쳐지는 ‘꿈’에서 소설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실제로 그가 처음으로 발표한 단편집「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의 글들과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은 모두 꿈에서 본 것들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그는 자신의 꿈은 매우 자세하고 복잡해 마치 굉장히 잘 짜진 한편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꿈에서 소재를 채택하는 것만으로 그의 소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꿈을 통해 얻은 영감은 그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독서량 속에서 골격이 생기고 살이 붙어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에 빠져 살았다”고 했다. 자신의 말에 의하면 ‘유난히 상복이 없던’ 그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동네 도서관, 학교 도서관 등에서 ‘우수 독서자상’, ‘교내 독서왕’ 등의 상만큼은 꾸준히 타오곤 했다.
책 읽는 것이 좋아 ‘도서관 사서’가 유일한 꿈이었던 고등학생 조현 씨는 대학생이 돼선 대학도서관에서 매일 살다시피 했고, 돈이 없어 책을 사지 못하는 대신 헌책방을 제집 드나들듯 했다. 이렇게 ‘숨 쉬듯’ 책을 읽어온 조현 씨는 독서를 통해 얻은 넓고 깊은 지식을 창작활동에 적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허구와 실재가 뒤엉켜 낯설게 느껴지지만 설득력은 갖추고 있는 ‘조현 식 소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교직원’ 조현


대학시절, 현재와는 달리 시와 영화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던 조현 씨는 시나리오와 영화 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이런 소망은 대학 졸업 뒤 ‘영상등급관리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근무하면서 더욱 커졌다.
그리고 우연히 우리학교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에서 교직원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된 2003년, 조현 씨는 그것을 ‘영화 분야에 보다 많은 지식과 관심을 지닌 교수·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곧 그는 영등위에서 우리학교로 이직 했다.
조현 씨는 “우리학교는 교직원들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게끔 많이 배려를 해준다”고 말했다. 학교의 배려 속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우리학교 종합예술대학원에서 영화 공부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예술대학에서 받는 ‘창의적 자극’


조현 씨는 현재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의 영화 기자재실에서 근무하며 공연예술학부의 시설물과 기자재들을 관리하고 있다.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그는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가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시나리오 속에서 기성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뛰어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발견할 때마다 창의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안타까워하는 점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개성적인 아이디어가 오히려 자신의 작품을 사회에서 거부당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의 기발함을 시나리오에서 삭제해, 기성세대의 시선에 맞춰진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그런 모습이 보일 때 마다 조현 씨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는 완성도는 낮지만 굉장히 독창적이다”라고 하며 그들이 기성 예술가들을 뛰어넘는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편이다.
이렇게 조현 씨는 학생들이 가져오는 창의적인 생각들을 들으며 자극을 받고, 학생들이 개성을 지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장려해주기도 하면서 학생들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길을 잃어라


조현 씨는 우리학교의 ‘성곡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일반 직장에서 일하다 왔기 때문에 대학 도서관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고 하며 “학생들이 식당이나 매점을 찾는 것처럼 꼬박꼬박, 자주 도서관을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책벌레’답게, 조현 씨는 2003년 첫 근무를 하던 해에 성곡도서관장이 수여하는 ‘우수 이용자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그는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관련된 서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공 외의 책들에도 부지런히 눈길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그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험들은 학창시절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하는 그는 전혀 배워본 적 없는 학문과 관련된 책들을 훑어보고 평소 관심을 주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들춰보는 것과 같은 경험이 학생들에게 좋은 공부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클라투 행성 지구 주재 특파원’
조현, 앞으로의 행보는?


조현 씨를 소개할 수 있는 키워드는 ‘소설가’와 ‘대학 교직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세상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한 정체성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클라투 행성 지구 주재 특파원’으로서의 조현이다. 그는 이 정체성을 ‘호접지몽’같았던 꿈에서 얻었다고 한다.
클라투 행성의 정체와 특파원이 지니고 있는 임무를 단편「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1」을 통해 설명한 조현 씨는 앞으로 틈나는 대로 클라투 행성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드라마 혹은 영화로 영상화가 될 수 있는 장편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장편소설을 영상화할 때 우리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생 혹은 재학생들 및 교수님들과 함께 팀을 꾸려 추진해보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꿈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그것을 실제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조현 씨, 생각 없이 흘러보내는 기자의 꿈에서도 그와 못지않은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진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지원 기자
haje201@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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