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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시사]영화를 통해 살펴본 역사 이야기
 
기사입력 2017-09-23 10:55 기사수정 2017-09-23 10:56
   
 
‘영화’로 읽는 우리나라 ‘역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년 연속, 영화를 본 국내 관객 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영화를 즐기는 편이다. 혼자서도 한편, 친구와도 한편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도 또 한편. 이렇다보니 위 영진위의 통계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인다. 영화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보니 누군가에게 영화는 취미가 되었고, 또 다른 이에겐 인생이 되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영화를 즐겨보는 기자는 올해 어떤 영화들이 흥행했고, 어떤 영화들이 개봉할지 살펴봤다. 그러다 문득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최근 영화들에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장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사실이 한편으론 이해도 됐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우리 역사와 관련해 어떤 영화가 개봉했으며, 또 할 예정인지 살펴보자. 동시에 영화가 다룬 역사적 사건도 함께 다뤄보자.

박열」 -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울리다’
관객 수는 300만명에 조금 못 미쳤지만, 관객과 평단을 동시 사로잡으며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온 영화가 있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박열」이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박열’이라는 인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극이다. 박열은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을 전개한 항일운동가다. 18세란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흑도회’, ‘흑우회’ 등의 항일 단체를 이끈 박열은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자유 사상에 입각한 항일운동 이력 덕분에 독립운동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박열 선생의 생애 중에서도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국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돼 자칫 ‘사형’ 판결이 날 수도 있는 역사적 재판 한 가운데 놓인 선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심지어 이 현장 속으로 박열은 체포가 아닌 자백으로 들어갔다고 하니 영화의 흥미는 더욱 배가 된다. 또 하나 주목 해야 할 점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은 아내 가네코 후미코와의 사랑이다. 일황의 암살계획부터 자백 그리고 재판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아내 가네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인이다. 일제강점기란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정신적 동지로서 동거서약을 맺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박열」은 비교적 실제 그 시대 이야기를 토대로 박열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일본인들로 둘러싸인 재판장 안에서 박열이 외치는 항변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 마음 깊은 곳으로 절절히 스며든다. 평소 일제강점기란 시대에 관심이 많고 박열이란 인물의 파란만장한 개인사가 궁금한 관객에게 꼭 추천하는 영화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
‘똑같은 듯 다른 길을 걸어가다’

똑같이 역사적 사건을 각색해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 영화가 있었다. 바로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군함도」와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다.
군함의 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 근처에 위치한 섬이다. 이 섬은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지만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 이유는 군함도라는 섬이 1940년대 조선인 강제 징용이 대규모로 이뤄진 곳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픔 많은 섬이 세계 유산에 등재된다니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군함도」는 바로 이런 논란의 장소를 배경으로 만든 역사 기반의 픽션(fiction) 영화이다.
송중기, 소지섭 등의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손익분기점 도달에도 실패했다. 영화가 떠안은 많은 논란들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개봉 후부터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동시에 친일과 ‘국뽕’(국수주의와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 단어)영화라는 논란을 함께 받았다. 친일과 국뽕이라는 논란을 동시에 받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단 일부에서는 ‘미학이 잘 드러난 영화다’, ‘영화의 초반부가 갖는 힘은 실로 대단했다’라는 등 「군함도」에 대한 호평도 짤막하게 등장했다. ‘친일’과 ‘국뽕’ 논란을 어떻게 동시에 받을 수 있나 궁금한 관객이라면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군함도에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참상에 대해 낱낱이 알고 싶은 관객이라면 영화보다는 군함도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길 권한다.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픽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사」는 흥행에 제대로 성공했다. 개봉 7일 만에 관객 수 5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약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9위에 자리매김했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은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뜨거웠던 열기를 처참하게 쇠와 피로 잠재우려 했던 역사적 비극이다.
영화는 다소 신파적이며 과장된 전개방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는 평단의 평가 속에서도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며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는 재밌는 단어를 만들며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송강호지수’이다. 이는 송강호가 포스터에서 밝게 웃을수록 그 영화는 슬픈 영화라는 의견에서 착안해 만든 지표이다. 이 영화가 얼마나 슬픈지 궁금하다면 「택시운전사」 포스터 속 송강호의 표정을 보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기까지 어떤 뼈아픈 역사적 시련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시대의 양심’으로 상징되는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와 택시운전사 김사복이 전해주는 가슴 아팠던 그래서 더 뜨거웠던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아이 캔 스피크」와 「남한산성」 -
‘역사적 아픔을 다룬 따끈한 신작 두 편!’

지난 21일(목) 개봉한 아주 따끈한 신작이 있다. 바로 나문희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이다. 다른 영화를 소개할 땐 영화감독의 이름을 앞에 썼지만, 이 영화만은 특별히 주연배우의 이름을 앞에 쓰며 소개한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 옥분(나문희 분)의 존재감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은 옥분 할매는 동네의 파수꾼이다. 옥분 할매가 힘써 일하는 분야는 민원 이외에도 또 한 가지가 있다. 영화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그것은 바로 ‘영어 공부’다.
영화의 줄거리만 보면 이게 왜 역사 이야기와 관련 있을까 싶지만, 사실 옥분 할매가 영어를 공부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전 세계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기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면 대개 피해자의 관점에서 연민과 증오의 감정으로 영화가 서술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이 영화는 육중한 시간의 무게와 차가운 침묵 속에 가려진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의 단면을 주체적으로 나서 만방에 알리려고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옥분 할매를 통해 노인이 돼서도 해야 할 일은 하는, 노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과연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자연스레 생각하게 한다.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5:5 가르마를 한 채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민재(이제훈 분)이다.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인 동시에 옥분의 영어 선생님으로 나오는 민재는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훈훈한 외모를 지닌 연기파 배우 이제훈의 색다른 변신이 궁금한 관객이나, 기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와 어떠한 차별성을 갖는지 궁금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길 추천한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개봉을 앞둔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영화가 있다. 바로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병헌, 고수, 박해일, 김윤석, 박휘순 등 호화캐스팅으로 많은 씨네필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는 너무 치욕스러워 마음 아픈 우리 민족의 비극인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겐 삼전도 굴욕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영화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청의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에 들어와 항전을 하고 있는 인조와 조정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특히,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의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의 첨예한 대립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을 한 번에 보고 싶은 관객과 수치스러운 역사적 아픔을 제대로 인식하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관객이라면 이번 긴 추석 연휴에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영화 속 역사… 사실이냐, 허구냐
유독 우리나라엔 ‘사랑’을 소재로 한 노래나 영화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역사를 다룬 영화들도 꽤나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들을 논할 때 꼭 등장하는 담론 중 하나가 ‘사실’과 ‘허구’의 문제다. 이는 영화흥행의 실패와 성공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 장르의 특성에 맞게 윤색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건 영화의 의도이다. 만약 영화가 대중들의 구미를 끌어야하는 상업영화라면 사실적 역사 재현에 초점을 맞추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만약 대중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 또는 독립영화라면 역사적 사실에 근간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김은주(영화) 교수는 “역사적 사건을 차용해 영화의 흥미를 높이는 것은 좋지만 이때 역사적 사실을 과도하게 왜곡하거나 미화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역사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도 올바른 역사관, 가치관 등의 기본 소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색의 정도를 떠나 관객들이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를 즐겨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영화를 본 후에도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다시금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재고한다면, 이런 담론을 떠나 좋은 문화와 올바른 역사관을 지닌 나라로 성장할 것임은 확실하다. 평소 역사영화를 즐겨본다는 이수연(글로벌한국어·14) 학생은 “역사영화를 보기 전 영화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미리 알고 영화를 보면 영화에 대한 이해도 훨씬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는 내내 흥미를 유지할 수 있어 좋다”며, “영화를 본 후에도 역사에 대한 이해가 영화에 더해져 훨씬 깊고 다채롭게 영화를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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