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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시사]뜨는 동네들의 질병: 젠트리피케이션
 
기사입력 2017-11-13 10:39 기사수정 2017-11-13 10:43
   
 


매체에 “예쁘다” 혹은 “매력적이다”라고 소개된 동네에 한번쯤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방문해 보면 기존에 있던 개성 넘치는 가게들은 사라지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입점해 있어 실망했던 경험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기존 영업하던 사람들이 떠난 것에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겠지만, 임대료 상승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경제>의 「성수동 카페거리 임대료 상승률 1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가장 빨라」 기사에 의하면,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즐비한 성수동 카페거리에 임대료는 1분기 대비 2분기에 4.18%가 올라 평균치인 0.1%에 비해 41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부산 남포동에 경우에는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상가 임대료가 7.2% 오르는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어 기존 임차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일이 계속해서 기사화되고 있다. 이에 기자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칭하는 용어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영국의 전통적 중간계급인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다. 학자들은 이 용어를 ‘상대적으로 빈곤하고 부동산 투자가 제한됐던 도심 속 동네가 상품화와 재투자가 이뤄지는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라 정의했는데, 쉽게 말하면 싸고 낡은 집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집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일반적으로 4단계를 거쳐 발생한다. ▲1단계에서는 위험을 무릅쓴 소수의 젠트리파이어(빈민가를 고급화하는 사람)들이 노동계급 또는 하층민의 거주 지역으로 이주해 주거개량을 시작한다. ▲2단계에는 주거개량이 확산되면서 유사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중산층의 관심을 끈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구주민의 이탈이 시작된다. ▲3단계에는 대중매체의 주목으로 대형 개발업자가 진입하고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가 상승한다. 이 후 구 주민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새로 이주한 중간계급에 의한 지역의 환경미화가 진행된다. ▲4단계에는 부동산 투자 급증과 원래의 지역 주변에 신규 주거 공간의 건설이 가속화된다. 이 때 처음 진입한 젠트리파이어들의 이탈도 이뤄지는데, 이것은 예술가에서 자본가로 해당 지역의 주도층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진행 중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초로 이 용어를 정의한 영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에서도 이 현상이 발생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불리며, 해외에서 발생한 것과 차이가 있는데 이는 3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매스미디어(방송, 신문 등)를 통해 생산된 정보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발생하는 ‘매스미디어 젠트리피케이션’ ▲소위 뜨는 골목이라는 상업공간에서 기존 영세 상인을 퇴출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입점해 골목 특유의 분위기를 없애고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프랜차이즈 젠트리피케이션’ ▲뜨는 골목에 속한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료를 올리고 자본 이득을 취하려는 ‘부동산 자산 젠트리피케이션’가 두드러진 차이이다.
홍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빠르게 시작됐다. 홍대는 1990년 중반부터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해, 개성 넘치는 식당들과 카페 그리고 댄스클럽이 있는 인디 문화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댄스클럽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되면서,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곳에 처음 진입한 사람들은 홍대 주변 상수동과 연남동으로 밀려나게 됐고, 현재 홍대는 서울의 비싼 임대료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됐다.
서촌은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서촌은 인왕산 동쪽에서 경복궁 서쪽 사이에 위치한 지역인데, 정부의 여러 제한조치로 인해 현재의 한옥과 정겨운 골목길을 갖춘, 서울 도심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을 갖게 됐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건축가나 예술가와 같은 문화인들이 이곳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서촌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매스미디어는 이러한 변화들을 주목해 대중들에게 자주 전달했고, 이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고 자본가들에 의한 건물 매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결국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과 이곳에서 문화예술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익선동은 작은 한옥이 백여채 이상 밀집한 한옥마을로 종로구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정부의 거듭된 재개발 정책의 변경으로 인해 임대를 주거나 빈집들로 남겨진 곳이 많았다. 2015년부터는 비어있던 한옥들을 임대해 레스토랑, 카페 등 새로운 상권을 조성한 것이 매체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빈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해 문을 연 상점들은 독특한 정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위 ‘뜨는 동네’로 유명세를 타면서 2016년에는 1분기에 7만 4250원을 하던 평당 임대료가 2분기에 8만 1840원으로 25%가 오르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상승률로 인해 기존 주민인 노인들은 급속도로 상승하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중요한 해결책은 정부의 역할에 달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동네는 고유의 정취를 잃어버리고 있다. 어디를 가도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높은 빌딩 숲, 아파트뿐이다. 그나마 특별한 정취를 갖고 있던 곳마저 대중매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게 되면 상업화가 이뤄지고 고유의 정취가 사라지고 만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연구한 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이러한 현상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의 권위자 샤론 주킨 교수는 <한경비즈니스>의 「“젠트리피케이션 해결 방법 찾는 건 영원한 숙제”」 기사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책에 대해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지역은 없고, 또한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제한하는 여러 방법들이 해외에서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대규모 상업시설에 의해 소규모 생활 상점이 사라지자 독특한 지역 상권을 형성한 거리를 ‘보호 상업가’로 지정했다. 또한 영국의 슬럼가였던 코인스트리트의 경우에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사회적 기업을 결성해 런던시와 협력해 부지를 매입했다. 매입한 부지 중 일부를 상업시설로 운영하고, 그곳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함으로써 슬럼가였던 곳을 런던시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바꿨다.
이러한 사례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의 경우, 이 현상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통계 조사 전문업체인 ‘스테티스타’가 2014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수는 약 650만명이라고 한다.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지만 650만명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위험에 노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가 있다. 대통령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공약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존 F. 케네디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끝내지 않으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 라고...



라정우 기자


참고/
1)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
2) 신현준 이기웅,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2016
3) 맹다미, 「해외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사례와 시사점」, 2016
4) 빌드 도시를 말하다 11, 「런던 코인스트리트, 영국」,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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