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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세계 속으로 걷는 첫걸음
 
기사입력 2017-11-13 10:50 기사수정 2017-11-13 10:50
   
 


해외를 향하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올해 3천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학생들의 해외 배낭여행, 어학연수도 잦아지고 있다. 견문을 넓히는 데 여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만 새롭게 얻는 지혜도 많다. 더 뜻깊고 즐거운 해외여행을 위해 필자가 여행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그로 인해 얻은 지혜를 나눠 본다.

Your flight left yesterday
파리 일정을 마치고 홍콩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Charles de Gaulle 공항에 갔다. 체크인하려는데 항공사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Your flight left yesterday (타시려는 비행 편은 어제 떠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늘 나를 태우고 떠나야 할 비행기가 어제 떠났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파리의 노숙자가 돼야 할지, 새로운 표를 구해야 할지, 신용카드의 한도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눈물로 호소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등의 여러 감정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무료로 표를 바꿔 줬는데 우수 고객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을 것이다. 시차로 생긴 착오였다. 해외여행 중 시차는 생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

Miracle in Gare di Midi
Gare di Midi는 중앙역이라는 뜻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파리로 가는 TGV에 앉아서 여유롭게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필자를 부르는 것 같아 고개를 왼쪽으로 잠깐 돌아봤다. 나를 부르는 게 아니라는 판단에 다시 바로 앉았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 의자에 뒀던 가방이 마치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과 같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노트북과 여권이 들어 있는 가방인데 찾지 못하면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는 큰 문제였다. 무작정 내려 찾아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기차가 출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5분. 무작정 기차에서 내렸는데 막막한 기분이다. 왼쪽으로 가야 할 것도 같고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도 같고 도무지 정신이 없다. 일단 왼쪽으로 뛰어갔는데 내려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또 다른 선택의 길목에서 오른쪽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아, 이게 기적일까? 내 가방을 자기 가방처럼 메고 있는 청년이 태연히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차역이 떠나갈 듯 내 가방이라고 소리치며 뛰어 내려가니 가방만 놓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만약 10초만 더 지체됐더라면 기차도 가방도 없는 아찔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하늘의 도움으로 기차 출발 몇 초 전에 다시 탔다. 후에 대사관 직원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가방을 다시 찾은 사람은 필자밖에 없다고 한다. 해외여행 중 기차역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여행 중 모르는 사람이 친하게 접근하는 것은 일단 경계하고 볼 사항이다.

Siesta Time
그리스 아테네에서 떨어진 항구도시에 간 적이 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3시경 카메라에 필요한 배터리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갔는데 상점 앞에 7시부터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표기돼 있었다. 오전 사인이 남아 있나 싶어 문을 당겼는데 꿈쩍 달싹 안 한다. 다른 상점들도 보니 모두 문이 닫혀 있는 게 아닌가. 아뿔싸, 이게 시에스타구나. 저녁에 다시 나와 상점들을 돌아봤다. 언제나 여행하는 곳의 환경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다.

이곳은 어느 나라?
동남아 지역은 여러 나라가 근접해서 한 나라에서 하루 이틀 정도를 묵고 다른 나라로 계속 이동하는 일정이 많다. 저녁 늦게 도착해 체크인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느 나라인지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호텔 방에 그 나라 국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은 현재 이 나라에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표시는 더 찾기 어렵다. 프런트 데스크에 전화해 ‘미안하지만, 이곳이 어느 나라이지요?’ 물었는데 종업원도 좀 황당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힐튼호텔이었다. 며칠간을 그 호텔에서 묵었는데 어느 날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여느 때와 달리 식당 종업원들이 검정 의상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미소 띠고 있던 종업원도 화난 것 같은 무표정이었다. 혹시 국제적으로 무례한 행동을 했나 어제 모든 행동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봤는데 알고 보니 그날은 바로 이슬람교의 가장 신성한 라마단의 시작이었다. 해외여행은 여러 문화와 아울러 여러 종교와도 접하는 생활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행의 지혜는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우리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 종교, 음식,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기회이다. 즐거운 여행이지만 방문의 여파는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래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의 행동을 우리가 유심히 보는 것처럼,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그 지역의 주민들도 우리의 행동을 보고 있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손님으로서 그곳의 문화, 사고방식,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앞으로 더 많은 교류와 우정을 이어 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딱 한 번만 가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다음에 올 한국인들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 지역의 주민들을 배려하고 그곳의 풍습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가짐이 여러 나라 사람들과 공존하는 세계인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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