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기사제휴
 
 
 
  []‘윤리적’으로 나쁜예술은 ‘예술적‘으로도 나쁠까?
 
기사입력 2018-05-14 09:39 기사수정 2018-05-14 09:46
   
  에술과 도덕에 관해
   
 


지난 3월 미투 운동을 통해 후배 문인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은 시인의 작품이 중·고교 교과서에서 퇴출됐다. 문단 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작품의 예술성을 떠나 교육적인 목적에서 고은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제외한 것이겠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준다. 걸작이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사실 부도덕한 사람이 탄생시킨 작품이라면 과연 그 작품은 걸작일까? 아니면 졸작일까? 예술과 도덕의 관계, 다시 말해 예술작품의 가치와 도덕적 가치의 관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상사의 중요한 논제들 중 하나이다.

예술과 도덕의 관계는 감상자 또는 사회가 예술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작품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1991년 7월 발행된 故마광수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는 출판 당시 외설 논란으로 문단의 혹평을 받았다. 이문열 소설가는 당시 「즐거운 사라」에 대한 평가로 “구역질과 욕지기를 내뱉고 싶다. 불량식품이 문화와 지성으로 포장돼 문학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라는 등의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원홍 위원장은 “문제의 소설이 사회의 건전한 도덕성을 파괴하고 미풍양속을 저해한다”며 해당 작품의 출판을 금지하고 시중에 배포된 책들을 회수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졌고, 법원은 1심과 2심, 3심에 걸쳐 ‘즐거운 사라’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현재까지 즐거운 사라는 금서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즐거운 사라」를 외설이 아닌 예술품으로 평가한다. 중고판매사이트에서는 정가의 10~40배 가격에 팔리기도 하며, 지난해 한 잡지사에서는 故마광수교수의 헌정 특집호를 발행하기도 했다. 잡지사 측은 “25년 전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작품 「즐거운 사라」의 해금을 간절히 기원하는 의미로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경우 어떤 나라에서는 상영이 허가되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상영이 금지될 때도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우리나라 영화 「택시운전사」는 중국에서 상영 금지가 결정됐다. 영화 내용이 톈안먼 사태(천안문 사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중국 정부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가 언급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한다.

예술과 도덕에 대한 네 가지 이론
전문가들이 보는 예술과 도덕의 관계는 ▲심미주의 ▲자율주의 ▲도덕주의 ▲반도덕주의로 대표되는 네 가지 견해로 나뉜다.

심미주의에서는 미적 가치가 도덕적 가치보다 더 우선적이고 포괄적인 가치이다. 예술 작품을 미적 평가의 대상으로만 판단하며, 심미주의자들은 예술품의 미적 가치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저하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부도덕한 상태가 이루는 예술품 자체가 미적 가치의 구현물이며, 부도덕한 상태는 미적 가치를 부각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극단적 자율주의에서 모든 예술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일 수 없다. 온건한 자율주의에서는 일부 예술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일 수 있지만, 그것들의 도덕적 가치는 미적 가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예술 가치와 도덕적 가치는 서로 독립적인 영역에서 구현되고 평가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치의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덕적 가치는 미적 가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예술작품의 경우 그것의 도덕적 덕목의 결함이 결코 그 자체로 그것의 미적 가치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극단적 도덕주의는 모든 예술이 도덕적 판단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도덕적 가치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할 포괄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입장에서는 모든 작품들은 도덕적 가치 척도에 의해서 평가되는데, 도덕적 잣대를 적용한 결과 예술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입장이 있을 수 있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입장도 가능하다.


반도덕주의에서는 온건한 도덕주의를 비판하면서 일부 작품에서 그 작품의 도덕적 결함이 미적 장점과 내재적·유기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고 본다. 온건한 도덕주의는 한 작품의 도덕적 결함이, 작품과 미적 관련성을 가질 경우에는 그 자체로 미적 결함이어야 한다고 보지만, 반도덕주의는 그 경우에도 도덕적 결함이 미적 장점을 구성하거나 그 장점이 존재하기 위해 불가피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간주한다. 즉 이 입장은 작품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높은 미적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어떤 작품들은 그것이 지닌 도덕적 결함 때문에 미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견해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많은 논쟁과 해석이 동반된다. 또한 예술과 도덕에 대한 개인들의 생각 또한 다양하다. 박정연(입체미술\15)씨는 “극단적 자율주의와 반도덕주의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작품에서 작가의 정체성은 큰 역할을 한다. 작가가 살아온 환경이나, 현재 상황은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작품에 작가의 흔적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가치로 작품성에 대해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 작업을 할 때 작가의 도덕성에 결함이 있더라도 그것은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정혁(광고\16)씨는 “예술작품이 감상자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며 “예술의 목적은 감상자에게 교훈이나 미적 가치를 해석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도덕주의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영화계에서의 논란들
배우 이병헌은 과거 사생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사생활 논란 이후 그는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가 출연한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의 관객수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최초로 관객수 900만을 넘어섰으며, 각종 시상식에 초대돼 수상한 트로피만 14개에 달하는 영예를 안았다. ‘내부자들’ 촬영 중반 불거진 이병헌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배우 사적인 문제 아닌가. 우리는 일을 하려고 만난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하자’라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자들’은 앞서 말한 이병헌의 과거 사생활 논란으로 개봉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지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도 사생활 논란을 겪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해외 영화계와 국내 평론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곤 한다. 하지만 이병헌의 경우와 달리 대중들의 시선은 조금 더 차갑다. 김민희의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SNS를 통해 축하 댓글을 남긴 동료 배우 배두나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공개적인 지지가 아니냐’며 갑론을박하기도 했다. 한편 홍상수와 김민희는 최근 신작 개봉에 앞서 시사회 불참을 선언했으며, 김민희는 논란 이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만 출연하고 있다.

과거 개봉했던 영화가 재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김기덕 영화감독이 여배우들과 여성스태프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과거 그가 제작한 영화들도 재조명되고 있다.「뫼비우스」는 지난 2017년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을 샀던 영화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나쁜 남자」는 사창가의 깡패 두목(조재현)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여대생을 집창촌으로 끌어들이는 줄거리로 이뤄져있다. 줄거리와 더불어 김기덕 감독과 함께 성폭행 의혹을 사고 있는 배우 조재현이 주연한 영화여서 논란은 더욱 거셌다.

관객과 대중들은 왜 같은 사생활 논란이지만 영화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지는 것일까? 또 왜 과거 작품에 대해 재조명하는 것일까? 우리학교 김한승(교양)교수는 이에 대해 감상자의 시선 그리고 작품과 사생활과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김한승 교수는 “대다수의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도덕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작품과 작가 모두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한다”며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보다 감독의 도덕적 결여가 작품에 드러나기가 더 쉽다. 작품의 내용이 도덕적 문제와 연관될 때 감상자는 그것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중처벌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김 교수는 “감상자가 작가의 행위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도덕한 행위와 작품과의 관계나 연관성을 무시한 채 비판하는 것은 이중처벌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작품을 비난하려면 작가의 행위가 그 작품과 어떤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잘못된 행위가 작품에 세계로 넘어오면서 가지는 연관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예술 작품을 감상해야 할까? 미투 운동이 문화계로까지 확산된 지금, 우리는 이 주제, 즉 예술과 도덕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술과 도덕, 떼기 어려운 이 관계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개인의 생각이 중요하다. 국민*인들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예술품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현대예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전 세계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선정되기도 할 정도로 대표적 현대 예술가이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도덕적 논란들이 지금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그의 작업 방식에서 박제와 같이 생명 그 자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작품은 예술일까? 혹은 단순히 예술이라는 이름의 동물 학대일까?


박영민 기자




참고/
1) 미학대계간행회, 현대의 예술과 미학,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2) 우경임, 「고은 詩 결국 교과서 퇴출 」, <동아일보>, 2018
3) 김태완, 「‘예술이냐 외설이냐’ 논란 낳은 마광수 교수 사망」, <월간조선>, 2017
4) 김수정, 「‘내부자들’ 감독 “개봉 연기? 오히려 잘 됐죠”」, , 2015
5) 한경닷컴 스포츠 연예팀, 「이병헌에 배두나까지…김민희 축하하다 네티즌에 ‘뭇매’」, <한국경제>, 2017
6) 주한별, 「 ‘성폭행 논란’ 김기덕, 대표 영화는? ‘뫼비우스’·‘나쁜남자’ 뿐만이 아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피에타’」, <스포츠Q>, 2018
 
   
   
신문사소개 광고안내 기사제휴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