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기사제휴
 
 
 
  [사회시사]사회 각지에 퍼져 있는 ‘갑질 바이러스’
 
기사입력 2018-05-28 10:55 기사수정 2018-05-28 10:55
   
 

2014년 12월 5일(금), 일명 ‘땅콩회항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쫓은 사건이다. 당시 여론은 조현아의 갑질 행태에 분개했으며, 한진그룹 재벌 일가는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땅콩회항사건’에 이어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가 끊임없이 폭로되면서 ‘갑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12일(목) 한진그룹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갑질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조현민 전무가 팀장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의 갑질 문제도 세간에 알려졌다. 이씨가 상습적으로 운전 중인 기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갑질 사태의 문제점은 피해자가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화, 과연 우리 주변에는 어떠한 갑질 사례가 있을까?

‘택배공화국’의 어두운 이면,
다산신도시 택배 사건

지난달 다산신도시에서 일어난 소위 ‘택배 대란’을 통해 택배 기사가 당하고 있는 갑질 문화가 공론화됐다. 다산신도시의 ‘택배 대란’은 다산신도시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안전문제를 이유로 단지 내에 택배 차량 진입을 막고 주차장을 통해 배송 업무를 하라고 요구하자 택배 회사와 기사들이 이에 반발한 사건이다.
이 사태는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진입을 막는 주민들과 차량 진입 없이 카트와 수레로 걸어서 택배를 배달할 수 없다는 택배사의 입장이 맞서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정부가 실버 택배를 대안책으로 내놓았지만 “아파트 주민의 집단이기주의다”, “특정 아파트주민들을 위해 세금을 왜 써야 하느냐”라는 여론으로 인해 무산됐다. 특히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내세운 아파트 단지 측의 입장은 또 하나의 갑질로 인식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와 단기간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택배 기사들은 비단 이번 사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배송 중에 수취인으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대신 버려 달라’등의 잔심부름을 부탁받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택배 회사 측의 갑질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택배 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CJ대한통운은 ▲최저임금 위반 ▲휴게시간 미부여 ▲주휴일 수당 미지급 ▲남녀 임금 차별 ▲불법도급 은폐 등의 의혹을 받았다. 당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같은 인력운영은 완전한 도급으로 보기 어려워 불법도급에 해당한다”며 “전국 CJ대한통운 등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택배 물류 허브센터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식의 상아탑’에서마저…
대학 내 갑질 문화

이러한 갑질 문화는 캠퍼스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히 보이는 대학 내 갑질 문화는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가하는 갑질이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서울 모 여대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정유라의 학점을 부당하게 높게 주라고 지시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2015년 경기도의 모 대학 교수는 대학원생에게 2년 넘게 인분(人糞)을 먹이는 등 각종 가혹행위를 가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실제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 2014년 전국 대학원생 2345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원생 연구 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45.5%가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언어·신체·성적 폭력 등 개인 존엄권 침해’가 31.8%로 가장 많았다.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갑질을 당하면서도 저항을 못 하는 이유는 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학위를 받아야 하는 대학원생은 학위를 부여하는 권한을 가진 교수와의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을’에 위치하게 된다. 또한 대학원의 폐쇄적인 특성상 피해자가 담당 교수의 갑질 행위를 외부에 고발하기가 쉽지 않다. 한 명의 교수가 여러 대학원생의 논문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발한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원생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두려워 고발을 피하기도 한다.
반대로 대학원생이 학부생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도 있다. 교수의 갑질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을 뿐 예전부터 존재해 왔고, 지금도 심각하다. 2011년 4월 14일(목)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대학에서 체육학과 조교가 27살 학부생 H씨가 “과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H씨와 그의 친구 2명을 집합시킨 뒤 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H군은 목에 있는 신경을 다쳐 6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2013년에는 부산에 있는 한 국립대의 조교가 1억여 원의 학부생들의 연수 지원금을 빼돌려 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전북의 모 사립대에서 조교가 학부생에게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게시판에 공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다른 학년들이 참여하지 않을 시 점수 감점 ▲신입생 때의 봉사시간만 인정하겠다고 한 내용이 해당 대학 페이스북 페이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업로드 되면서 또 다른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이처럼 실질적인 서열이 존재하는 사회뿐만 아니라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마저 갑질 문화가 존재한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해당 학부의 선배이기 때문에, 학부 내의 선·후배 관계가 갑질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학교 이전의 학창시절부터 선배와 후배 사이의 서열화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알바천국? 알바지옥?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문제 역시 대학생이 흔히 겪는 갑질 문화 중 하나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청년들을 많이 고용하는 399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편의점과 대형마트, 그리고 패스트푸드점 등의 사업장 3곳 중 1곳이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규모 점포 이외에 대기업의 갑질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16년 이랜드 외식 직영점들의 임금 체불이 문제가 됐다. 이랜드의 외식 직영점인 애슐리\자연별곡 등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 84억원을 체불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실이 확인되자 이랜드 그룹은 이랜드파크 대표이사 등 외식사업부 경영진과 실무진, 그룹사 임원에게 징계를 내렸으며, 박형식 전 이랜드파크 대표는 아르바이트 직원 임금 미지급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자 브랜드 중 하나인 ‘피자헛’도 올해 3월 임금 체불로 논란이 됐다. 부산 지역 피자헛을 운영하는 ‘진영푸드’가 아르바이트생 1975명에게 총 5억여 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이다. 당사는 근무 시간 조작과 강제 조퇴를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시간 외 수당과 휴업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임금 체불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서 상에서도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불공정한 조항들이 있었다. 배달 직원들이 안전규정을 어겨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회사에 부담시키지 않을 것’을 서약하게 한 것이다. 이 조항은 부산지방노동청이 현장 점검을 실시한 뒤 삭제됐다.
이처럼 업종과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임금 체불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갑질 문화는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을’ 이다
우리학교 이장영(사회)교수는 갑질 문화의 등장배경에 대해 “갑이 을보다 위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발생한 것 같다. 타인,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대개의 경우 내가 A에게는 갑이어서 갑질을 하지만 B에게는 을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을의 입장을 알기 때문에 타인에게 관대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갑질 문화의 해결방안에 대해서 이 교수는 “내가 늘 갑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갑질 문화에서 나타나는 태도는 가정, 학교, 회사에서의 잘못된 사회화에 따른 결과이다. 가정, 학교, 회사에서 올바른 인성교육과 훈련 그리고 대인관계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라도 을 없이는 의미가 없다. 한진그룹 총수의 경우 직원이 없으면 회사가 마비된다. 택배회사도 택배기사 없이는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고객들도 택배기사가 없으면 물건을 지금처럼 쉽게 주고받지 못한다. 가게의 경우에도 직원 없이는 오늘 당장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교수도 대학원생과 학부생 없이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이렇듯 우리는 갑과 을의 관계가 상생의 관계임을 알아야 한다. 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없다면 갑은 존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어느 지위에서는 갑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지위에서는 을의 위치에 있으므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영민 기자
최현서 기자




참고/
1) 이정법, 「입주민 갑질?...다산신도시 택배대란이 남긴 것」, <서울경제>, 2018
2) 김인수, 「위반·은폐…1위 CJ대한통운, 허브센터의 ‘갑질 위엄(?)’」, <시사오늘시사in>, 2016
3)박소희, 「대학조교가 학부생 폭행해 중상입혀」, , 2011
4)정경재, 「“학생회비 안 내면 이름 공개”... 전북 사립대 조교 ‘갑질’」, <뉴시스>, 2017
5)김현미, 「대형마트·편의점 3곳 중 1곳 ‘임금체불’」, <국제신문>, 2017
6)강효선, 「이랜드,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공식사과… “직원 존중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 <경인일보>, 2017
7)김상범, 「[단독] 근무시간 ‘고무줄’처럼... 알바 1975명 임금 5억원 가로챈 피자헛」, <경향신문>, 2018
 
   
   
신문사소개 광고안내 기사제휴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