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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밭골]헌재의 낙태죄 폐지 판결을 기다리며
 
기사입력 2018-05-28 11:00 기사수정 2018-05-28 11:00
   
 

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낙태죄 폐지를 청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글은 23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이에 반발한 종교계가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4일(목)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는 낙태 처벌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 건 지난 2011년 이후 약 7년만이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무리한 낙태 처벌 조항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청구인 측과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인 측 주장이 맞부딪혔다.
우선 이해관계인 측은 “태아도 생명권의 주체이기 때문에 헌법상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대상이며, 낙태 처벌은 헌법 정신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태아가 모(母)와는 별개의 생명체임을 강조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낙태죄는 여성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며 “태아는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태에 관한 현행법의 모순과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형법은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동의낙태죄)에서 낙태 여성과 집도 의사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태아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남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모자보건법에 따라 ▲본인·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혹은 준강간에 의한 임신 ▲임신이 해당 여성에게 해로운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에서조차 여성이 낙태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 남성의 동의가 필요하며, 약물 사용은 금지된다. 또한 성폭행에 의한 임신일 경우 피해자가 직접 증거 자료를 통해 성폭행 사실을 입증해야만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
낙태는 분명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중요한 문제다. 조심스러운 접근과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법률은 산모인 여성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보인다. 모자보건법이 규정하는 낙태의 허용 범위는 너무나 좁고, 출산을 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산모가 남편의 동의 없이 낙태할 수 없는 현실은 부당하다. 또한 실패율이 0%인 피임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원치 않는 임신’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의 전면적 금지는 여성이 견뎌내야 할 몫에 대해 무지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24일 열린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여성이 낙태라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의 낙태죄 담론에는 이 같은 여성의 고민이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낙태를 할 경우 그 부작용과 후유증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여성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처벌을 무릅쓰고 행해지는 불법 낙태 시술이 연간 30만 건 이상이라는 수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양측의 주장을 듣고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위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통상 절차에 따라 최종 판결은 올해 9월 이전에 내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헌재가 6년 전의 낙태죄 합헌 판결을 뒤집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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