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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청춘혁명
 
기사입력 2018-05-28 11:01 기사수정 2018-05-28 11:02
   
 

“보도블럭을 들추어라! 해변이 나타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18’년은 다방면에서 기념적인 해로 거론된다. 먼저 올해는 세계사적으로 보면 일찍이 자본의 실체를 해득했던 인간 해방의 위대한 투사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돌이다. 또, 수많은 희생자를 낳음과 동시에 인류의 가슴 아픈 역사로 각인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기이기도 하다. 나라 안으로 시선을 돌리면 끔찍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었던 제주 4·3사건 70주년이 되는 해며, 제5공화국의 권력형 비리를 조사하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5공 비리 청문회가 열린 지 30년 되는 해이다. 여담이지만 이때 국민들 앞에 깜짝 스타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론 평소 애독하는 신문의 발행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렇듯 2018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한 해이다. 여기에 무술년의 의미를 더욱 깊이 되새기는 사건 하나가 있다. 프롤로그 문장을 통해 눈치를 챈 이들도 있겠지만 그건 바로 프랑스의 ‘5월 혁명(이하 ‘68혁명’)’이다. 우리나라에선 크게 거론되지 않지만 미국, 독일 등지에선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이따금 다뤄진다. 사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5월은 기억할 것이 유난히도 많은 달이다. 때문에 68혁명 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도 여전히 이에 침묵을 취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굳이 이 사건을 여기서 꺼내는 이유는 이 혁명은 프랑스, 러시아 혁명 그리고 중국의 문화 혁명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혁명은 권력이나 이데올로기의 탈을 쓰지도 않았으며 ‘정치적 전복, 체제의 전환’과 같은 고전적 혁명의 의미와도 거리가 멀다. 이 혁명은 일상을 포함하는 사회 전 영역의 위계와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위로부터라기보단 아래로부터, 밖으로부터라기 보단 안으로부터 혁명이 이뤄졌다. 이후 혁명은 반전·인권·여성·환경 운동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의의를 지닌 이 혁명의 주역은 다름 아닌 학생이었다. 현 시대 ‘청춘’으로 표상되는 바로 그 학생들 말이다.
그렇다면 혁명의 발원지였던 프랑스에선 68혁명 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68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각지에선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세상을 뒤엎을 것 같았던 50년 전의 생동감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돈다. 68혁명 때의 청춘과 그들의 공통점이라곤 ‘절망감’뿐. 이제 그들은 권위에 맞서 변화를 요구하기보단 경제적 압력에 짓눌려 보존만을 좇을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유행했으나, 지금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저 말마따나 뜨거운 불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던 청년들은 지상의 격랑 속에서 끊임없이 표류했고 그 과정 속에서 깊고 쓰라린 생채기만 가슴에 남겼다. 힐링을 외쳤던 청춘들은 한량으로 낙인찍혔고, 꿈꿨던 욜로(YOLO)는 저 멀리 가버렸다. 그렇게 청춘의 불씨는 꺼져가고 있다.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실 68혁명의 가장 큰 의의는 부당한 권위에 맞서 사회 시스템을 전복시키는 것이 아닌 다양한 타자들끼리 우연한 만남을 통해 같이 놀고 어우러지고 또 함께 싸우며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사회는 끝났다. 이제 다양한 소들이 모여 다채로운 대를 만드는 사회가 왔다. 그렇다 해도 저마다의 꿈을 간직한 청춘들이 모여 보도블록을 들춰 해변이 나오게 할 순 없을 거다. 그건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다만 보도블록 위를 살아가는 자와 해변 위를 살아가는 자가 만나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과 감정을 나눈다면 그 순간 보도블록은 해변이, 해변은 보도블록이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혁명’을 위한 첫걸음이다. 올 한 해 청춘혁명을 위해 내 안에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금 돌아보고, 타자와의 조우를 통해 혁명의 불씨를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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