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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시평]사이버 성폭력,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기사입력 2018-08-27 10:57 기사수정 2018-08-27 10:57
   
 


‘사이버 성폭력’이 우리 사회의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뉴스의 헤드라인에 연일 등장하고, 몇몇 탐사프로그램을 통해 그 참혹한 현실이 고발되기도 했다. 자주 언급된 만큼 빠르게 해결될 것을 기대해 보지만, 현실은 여전히 복마전 같다. 미국의 지리학자 이-푸 투안에 의하면, 인간은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미지의 공간을 친밀한 장소로 바꾼, 낯선 추상적 공간은 의미로 가득찬 구체적인 장소가 되고 그 공간에 대한 느낌, 즉 장소감(sense of space)을 가지게 된다. 우리에게 사이버 공간은 어떠한 ‘장소’인가?
미투 운동의 현실과 맞물려 스튜디오 불법 촬영 문제, 홍대 남성 누드 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편파 수사에 대한 격렬한 항의 시위까지 지난 여름을 더욱 뜨겁게 했다. 현실 공간처럼 사이버공간은 성범죄의 온상이며 젠더 기반의 폭력성이 소비되는 디지털 시대의 전형적인 장소가 되었다. 믿기 어렵지만, 사이버 공간의 성폭력은 그동안 거의 방치되어 왔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4월 30일에서야 사이버 성폭력 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섰다. 주무부서인 방통위(방통심위)와 여가부(여성인권센터)가 각각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과 피해자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해결 주체로서 나서자 비로소 사이버 성폭력 담론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방치됐던 사이버 성폭력 현상의 문제점이 기사화되고,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 조명됐다. 그동안 불법 촬영물은 남성 중심 인터넷 공간에서 “야동”이나 “포르노”로 소비됐다. 이 과정에서 웹하드 운영자의 노골적인 묵인과 방조 하에 헤비 업로더의 업데이트와 수익 배분 구조가 정착됐다. 웹하드는 운영자들과 헤비 업로더들이 5대5 또는 7대3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저작권을 규제하기 위해 유력 웹하드 업체들이 투자해서 만든 필터링 업체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차려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에게 거금을 받고 ‘삭제(?)’해 돈벌이를 한다. 이렇듯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카르텔은 불법 촬영물 속의 성매매 광고, ‘야동’ 소비자들의 클릭 행위와 다운로드, 불법촬영물의 유포로 성폭력을 하나의 돈벌이 산업으로 완성시킨다.
불법 촬영물이 사이버상에 업로드되는 순간, 영상 속의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은 무한 히 침해된다.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를 위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시민단체), 방통심위, 여성인권센터 산하 피해자지원센터 등은 채증 작업을 통해 경찰청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사이트에서 삭제한 영상들은,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영상 제목의 일부 단어가 변형된 채 다른 사이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디지털상에 한 번 유포된 영상은 완전 삭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극심한 고통에 빠진 피해자가 자살이라도 하게 되면 그 불법 촬영물은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더 비싸게 소비되기도 한다. 죽어도 지울 수 없는 고통이다. 인권과 생명을 침해하는 참혹한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가 한때 민주적 공론장으로 기대한 장소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고통받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무엇보다 사이버 성폭력은 사이버상뿐만 아니라 ‘조건만남’(이 단어 자체로 보면 1:1의 사사로운 만남 같아 보이지만, 이미 채팅앱의 운영자는 사이버 포주의 역할을 하는 신종 성매매임), 스토킹, 주거, 공공장소 침입, 데이트 성폭력 등 현실의 성폭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채팅앱과 인터넷 1인 방송을 통한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 및 성매매 알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심심하고 외로워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알바를 통해 용돈을 벌고 싶어서, 채팅앱에 접속했다가 성매수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아직 한국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를 유인, 알선, 조장하는 앱 운영자나 아이템 구매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규제할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보호에 실패한 사이버 공간은 인간의 경험을 나누는 따뜻한 장소가 될 수 없다. 폭력의 구조를 평생 연구한 프랑스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는 “폭력은 항상 그 주위로 전염되고 처음 겨냥한 대상이 없을 때는 다른 대상을 찾아 공격하는 전이가 그 특징”이라며 폭력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 사이버 성폭력 중단을 위한 노력의 첫걸음은 무엇인가? 성폭력을 자연스러운 인간의 유희로 담론화한 ‘야동’ 보기와 타인의 성적 침해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의 숙고(熟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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