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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여행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8-09-17 10:24 기사수정 2018-09-17 10:28
   
 


몇 해 전, 잡지사 기자들을 채용할 때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기자 10명을 뽑는데 1차 관문을 통과한 응시자가 60명이었다. 자기소개서와 학교 성적증명서를 놓고 면접을 하는데 주로 자기소개서를 보며 질문을 주고 받았다.
내 기억에 거의 100% 응시자들이 방학중에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고 써놓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낭여행 다녀온 지역이나 여행자의 여행소감을 질문했다. 가장 많은 대답이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를 다녀와서 자세히 보지 못했습니다.”였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여행을 하지 않기로 작심했다고 덧붙였다.
이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닌다. 남들이 가니까, 해외에는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아서, 글로벌 시대에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우리나라에는 별로 볼 것이 없어서 외국으로 여행을 다닌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나라에서 2~3일을 보내고, 한번 나가면 몇 나라를 밟고 돌아온다.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으면 “좋았다”는 답변을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는지 물으면 한두 마디 하다가 금방 말문이 막힌다.
말문이 막히면 공통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준다. ‘참 아름다웠다’면서. 이미 여러 사람이 다녀와서 보여준 사진이고, TV나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풍경들이다. 수십 수백만 원을 들여서 겨우 그런 사진이나 찍고 다니다니…….
내가 여행 전문가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주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어디가 가장 좋아요?”, “가을에 갈 만한 여행지가 어디예요?”, “요새 핫한 여행지가 어디예요?” 그리고 ‘당신은 거기 다녀왔는지?’ 묻는다. 우리나라는 별로 갈 만한 여행지가 없다고 깔아뭉개던 사람들도 이번 주말에 갈 만한 좋은 곳을 찾는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여행은 누구랑 할지, 언제 할지, 며칠간 할 것인지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진다. 자가용으로 갈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도 변수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좁은 나라라지만 팔도로 나뉜 나라다. 어떤 목적으로 여행하려는 것이지도 알아야 딱 맞는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다.
모든 행위는 목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휴식이 필요한지, 체험이 필요한지에 따라 여행방식이 달라진다. 스스로 여행지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J. 루소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나라를 돌아다니기 전에 여행하는 방법을 생각하라. 무엇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하고, 알고 싶은 대상으로 시선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가면 이제는 타계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갤러리가 있다. 김영갑은 ‘제주의 오름’을 세상에 알린 작가이지만, 나는 ‘바람을 촬영한 작가’로 기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바람을 느끼기만 하는데, 그는 카메라에 담으려고 생각했고, 시도했고, 촬영했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려고 시도한다. 선인들이 남기고 간 말이나 삶의 흔적을 찾는다. 전통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이 어느 창문이나 기둥이나 댓돌에 남아 있는지 살피고, 오래된 성당에서는 순교자들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찾으려 한다. 서원 마당에서는 꼿꼿한 선비들이 추구했던 정신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강원에서 글 읽는 학동들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으려 귀를 기울인다. 부엌에서는 가족에게 줄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여인들의 환영을 본다.
두메산골에서 들리는 개울물 소리나 깊은 산속 바람소리, 콩돌 해수욕장의 파도소리, 깊은 밤 시골집 뒤란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 먼동이 터오는 새벽에 홰쳐 우는 닭 울음소리 등등 맑고 고운 소리들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기 위해 밤을 지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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