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기사제휴
 
 
 
  [독자 칼럼]우리는 충분히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
 
기사입력 2018-09-17 10:32 기사수정 2018-09-17 10:32
   
 


한 달 전으로 돌아가 여름방학 때를 다시 상기해 보면, 그때도 난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직 취업 준비를 할 학년도 아니고 딱히 확실하게 정한 직업도 없었다. 그저 계속 발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나 혼자 뒤쳐질 것 같아서, 부지런히 할 일을 만들었다. 주 5일 아침 8시에 영어 학원을 다녔고, 쇼핑몰에서 일을 배운다고 들어가서 MD 비슷한 것도 해보고, 뮤지컬 공연 연습을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돈 벌겠다고 과외도 많이 하고 그랬다.
신입생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게 된 건 작년 재수 생활의 영향이 크다. 3월 초에 재수를 시작했고, 한 달 후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쓰러지셔서 응급실에 계시다는 전화를 받았다. 바로 그 주부터 나는 평일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병원에서 병간호를 했다. 그리고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었다는 속보가 났던 그날 새벽, 어머니는 내 곁을 떠나셨다. 어머니에 대한 슬픔, 그리움, 죄책감, 미안함, 후회라는 모든 감정을 뒤로한 채 수능을 보러 가야 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내 대학생활은 많이 힘겹다. 그렇지만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는 삶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편이 마음은 더 편하다. 그러던 중 개강을 앞두고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이다. 제목부터 불편하지 않은가, 열심히 산 사람들에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니... 첫 소제목은 더 가관이다. ‘노력이 우리를 배신할 때’.
태평양 한 가운데에 조난당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 둘은 바다 위에서 맥주를 마시며 밤새도록 이야기하다가 여자는 날이 밝자 섬을 찾아 열심히 헤엄쳐 떠나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마저 맥주를 마시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여자는 섬에 도착하게 되고, 남자는 술에 취한 채 구조된다. 나는 죽도록 헤엄쳐서 겨우 구조됐는데, 저 남자도 역시 살아있다니. 열심히 하지 않고 별다른 노력 없이 다 가진 사람들을 질투하고 괴로워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우리는 분명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 노력하지 않아도 얻는 사람들이 있다. 또 노력한다고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노력하는 것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열심히 했는데도 큰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나는 방법이다. 나 역시 어쩌면 아무 것도 안했는데 어떤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절대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충분히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고 마음 한구석에 조금 여유를 가지며 살아도 될 것 같다. 다들 2학기에는 내가 괜찮을 정도로만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독자칼럼은 여러분을 위한 공간입니다.
원고를 기다립니다.
 
   
   
신문사소개 광고안내 기사제휴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