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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권리를 누리고자 합니다”
 
기사입력 2018-12-03 11:59 기사수정 2018-12-03 12:03
   
  우리학교 장애인 대학 생활 현주소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인식은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발맞춰 장애인 복지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을 할 때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제한이 없도록 기본적인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법안이 제정되었고,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많은 대학들도 장애인 특별 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통학이 힘든 장애 학생들에게 기숙사 우선 배정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장애인 복지에 힘쓰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에는 총 14명의 장애 학생(2018년 2학기 학부생 기준)이 있다. 우리학교는 교내 커리큘럼과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장애인 특별 전형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입학생의 수로는 장애 학생 수를 알 수 없다. 학생들이 스스로 장애가 있음을 학교 기관에 밝혀야만 비로소 장애 학생 수가 집계된다. 즉 현재 파악하고 있는 인원 외에 등록되지 않은 학생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학교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 체계가 얼마나 갖춰져 있을까. 이번 국민대신문 사회문화면에서는 우리학교 장애인 지원 체계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소중한 한 표 행사해 달라면서…
장애인 학우 참정권은?

매번 선거철이면 장애인 투표권 보장에 대한 기사가 넘쳐난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실무진과 장애인 당사자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장애인 참정권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변화는 미진하다. 지난 11월 20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국회에 모여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장애인 참정권을 위한 공직선거법은 국회에 발의된 채 몇 년 동안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 투표소 4곳 중 1곳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 아예 접근할 수 없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정치적 참여에 아직도 무관심하다.
우리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11월 21일(수)과 22일(목) 이틀에 걸쳐 단과대와 총학생회 투표가 진행됐다. 후보자들은 학우들의 앞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십시오!”하고 외쳤다. 하지만 이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외침이 아니었다.
우리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제공한 제 51대 선거시행세칙 제 94조(기표·투표) 2항에 따르면,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홀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경우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선관위장인 김남균(공법·10)씨는 “학내 선거에서도 비밀선거를 원칙으로 하는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보조인이 기표소 내부까지는 동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언급한 ‘공직선거’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투표 안내문을 제공하며, 돋보기 등의 투표 보조 용구를 구비한다. 우리학교는 이러한 투표 보조 용구가 전무하다. 또한 휠체어에 탑승한 학생의 경우 기표소 입구가 좁고 개표대가 높아 투표용지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 이렇듯 지원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원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공직선거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선관위가 장애인의 투표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장애인 보조에 대한 요청이 접수됐을 시 운영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인데, 요청이 전무했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우리학교에서 치러진 이틀간의 선거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규정에서도, 투표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 시설 문제①
통학 시간 맞추기는 하늘의 별 따기

글로벌인문·지역대학 소속의 윤 모 씨는 교통사고로 2주 간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통학했다. 윤 씨는 길음역 4번 출구에서 학교로 가기 위해 저상버스를 기다렸다. 저상버스는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돼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어도 편리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저상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서울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시 성북구의 저상버스 비율은 44.7%(올 10월 말 기준)에 불과하며, 우리학교를 거쳐 가는 버스 중 저상버스가 아예 도입되지 않은 노선도 있다. 학교 셔틀버스도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위한 경사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했다.
간신히 학교 정문 앞에 내렸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경사 오르막길이었다. 우리학교는 북한산 자락에 있어 경사가 굉장히 높다. 혼자선 조금 버거웠지만 다행히 농구장부터는 평지라 콘서트홀, 경상관 등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큰 문제없이 북악관 앞에 도착했다. 북악관 입구 계단 옆엔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 휠체어 리프트를 처음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설명서와 문제가 있을 시 연락하라는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고 리프트도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수업시간이 임박해 북악관 1층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윤 씨는 북악관 엘리베이터에 줄을 섰다. 두 번째 난관이었다. 현재 북악관의 엘리베이터는 왼편에 2개, 오른편에 2개, 유리 엘리베이터 등 총 5대로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모두 정해진 층에만 내릴 수 있다. 정해진 층에만 내릴 수 있어도 비장애인은 계단 몇 개만 오르내리면 손쉽게 강의실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을 단 한 칸도 올라갈 수 없는 윤 씨는 그 층에 가는 엘리베이터만 이용할 수 있었다.
북악관 시설팀 관계자는 “북악관 경비실로 전화를 걸면 엘리베이터가 바로 모든 층에서 멈출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씨는 “북악관에 갈 때마다 매번 전화를 걸기가 번거로웠으며 항상 전화를 받으신 건 아니었다”며 “학교 측에서 장애인을 위한 전 층 운행 엘리베이터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장애인 시설 문제②
일부 시설들은 사용조차 불가능

성곡도서관 지난 3월, 24시간 운영되는 스튜디오형 도서관 ‘해동 Kreator’s Library‘(이하 해동 라이브러리)가 개관했다. 우리학교는 이 공간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민인의 지적 요람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해동 라이브러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도서관 대여·반납실 한구석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가 붙은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해동 라이브러리가 위치한 지하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도서관 관계자 이성배 차장은 “현재의 해동 라이브러리 구조로는 엘리베이터, 휠체어 리프트를 내부에 설치하기가 어렵다”며 “외부 계단에는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시설팀에 바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해동 라이브러리 이외에도 도서관 열람실을 예약하기 위한 터치스크린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법학관 법학관 식당(이하 ‘법식’)은 저렴하고 다양한 식단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려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다. 그러나 법학관 엘리베이터는 1층부터 5층까지만 이용할 수 있기에 지하 1층에 위치한 법식에 가기 위해서는 계단으로 한 층을 내려가야 한다. 장애인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인 것이다. 법식으로 가는 계단에서 휠체어 리프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복지관 복지관은 전 층을 통틀어 4층에 남녀 장애인 화장실이 한 칸씩 있다. 장애인 화장실에 가기 위해선 계단 3개를 넘어야 한다. 바로 옆에 휠체어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전기가 끊겨 있었다. 계단을 넘는다 하더라도, 남자 화장실의 경우 자동문 전기 공급이 중단 돼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끊긴 자동문을 힘으로 열어야 한다.


캠퍼스 커뮤니티 매핑 등 학교본부의 적극적인 대안 필요해
우리학교 체육대학을 졸업한 이하람 씨는 작년에 사고로 깁스를 하고 두 달 간 학교 시설을 이용했다. 이하람 씨는 주로 7호관에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오고 가며 7호관 장애인 화장실의 위치를 파악해 뒀다. 하지만 복지관 등 자주 방문하지 않는 건물에서는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복지관에서 장애인 화장실을 찾지 못해 7호관까지 돌아가야 했다. 이 씨는 “눈에 잘 띄는 장애인 시설 지도나 앱이 생긴다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훨씬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우리학교 내에 장애인 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일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북악인성교육센터 김기현 과장은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 위치기반, 집단지성, IT를 이용해 사회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후, 지도에 반영해 공유하는 활동)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교양 수업에서 한 학생 팀이 교내에 장애인 편의 시설 지도를 만들어 장애인 시설 접근 유무와 이용 현황을 조사한 적 있다”며 “학생들이 커뮤니티 매핑 활동을 통해 직접 겪지 못한 장애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등 장애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함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양한 시각을 갖고 누군가를 깊이 이해한다는 건 이 시대의 경쟁력”이라며 “궁극적으로 사회와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학생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 51대 총학생회 당선자 ‘바로’는 배리어프리 지도를 제작해 장애인 학생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내년에는 교내 장애인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관련 시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까. 시설물 점검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학칙 재정립, 장애에 대한 학우들의 꾸준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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