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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ASMR 소리가 주는 매력
 
기사입력 2019-01-02 10:11 기사수정 2019-01-21 13:18
   
 


작은 속삭임으로 시작하는 영상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인다. 영상 속의 사람은 손으로 사물들을 천천히 두드리며 특정한 소리를 유도한다. 차분한 목소리로 간단한 단어들을 반복해서 말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듣다 보면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쾌감과 안정감이 생긴다.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이 ‘숙면을 돕는 사물들 시리즈’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600만 회에 달한다.
ASMR이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면에 도움을 주고 집중도를 높여주는 효과뿐만 아니라, 시각에 집중했던 기존 영상에서 벗어난 ‘청각적 콘텐츠’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각광받은 ASMR 콘텐츠는 2013년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니유’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다. ASMR의 영향력은 현재 1인 미디어를 넘어 광고와 대중매체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ASMR이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이라는 뜻으로, ‘반복적이고 단순한 소리로 청각적 자극을 통해 기분 좋은 편안함을 주는 콘텐츠’를 말한다. 얼핏 보면 과학 용어일 것 같은 ASMR은 사실 2010년 미국의 건강 정보 사이트 ‘스테디 헬스’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이 사이트에 ‘기분 좋은 느낌이 드는 소리와 자극을 공유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온 후, 이를 ASMR이라고 부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반영돼 하나의 용어로 굳어진 것이다.
현재 ASMR 영상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은 유튜브이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에 따르면 ASMR 영상은 최근 1년 간 무려 3210만 회가 조회됐는데, 이는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영상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2018. 8. 31. 기준). 이에 유튜브는 2018년 올해의 트렌드로 ASMR을 선정하기도 했다.
ASMR의 종류는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선호하는 소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소리는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ASMR 크리에이터들은 개개인에게 맞는 신선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ASMR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소리인 바람 부는 소리, 특정 사물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 등은 ‘환경 소음’이라고 한다. 특히 두드리는 소리를 일컫는 ‘탭핑’은 사람마다 선호하는 속도가 달라 속도별로 다양한 ASMR 영상이 제작된다.
요즘 화제인 ‘먹방’을 ASMR로 제작한 콘텐츠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주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소리(이팅 사운드)를 마이크로 들려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또한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팝핑보바(버블티에 들어가는 보바의 한 종류)’와 같은 이색적인 식재료들을 ASMR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같은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속삭이는 ASMR 영상도 있다. ‘토닥토닥’, ‘소근소근’ 같이 어감이 부드러운 단어를 조용히 속삭이는 크리에이터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영상 속의 차분한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이러한 영상은 사람의 목소리와 숨결을 통해 ASMR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SMR 인기 지속… 대중매체, 마케팅으로 이어져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에서 시작한 ASMR이 최근에는 기존 대중매체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닌 ‘소리’다. 이 프로그램은 첫 화에서 ASMR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할 정도로 ASMR을 정면에 내세운 방송이다. 출연진인 배우 소지섭, 박신혜의 행동보다 숲속에서 들려오는 다채로운 소리에 주목했다. 비 오는 소리, 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며 자극적인 자막과 빠른 화면전환 없이 시청자의 청각을 집중시켰다.
광고와 마케팅에서 ASMR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광고는 짧은 시간에 시청자들의 소비 욕구를 빠르게 이끌어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광고에는 이목을 끌 수 있는 시각적 연출과 함께 중독성 있는 배경음악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SMR을 활용한 광고의 경우 ASMR이 주는 몰입도와 자연스레 뒤따르는 기억 연상 효과만으로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한다.
ASMR을 활용한 ‘ㅇ’사 화장품 광고를 보면 배경음악이 아예 없다. 피부에 집중하며 화장품을 바르는 소리로 제품을 강조할 뿐이다. ‘ㄹ’ 크래커 광고 역시 배경음악 없이 과자가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를 내보냈다. 과자 봉지를 흔들어 소리를 내고, 과자를 천천히 음미하는 음성까지 다양한 청각적 요소로 시청자를 유혹했다.

자극에 지친 사람들이 머무는 곳
우리 주변은 온통 자극적인 것 투성이다. 영상 속 빠른 화면 전환과 눈에 띄는 색깔의 자막, 시끄러운 효과음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익숙한 듯 살아왔지만, 기존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피로를 느끼는 현대인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저자극 콘텐츠, 혹은 한 가지 감각에 주목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ASMR이다. ASMR이 힐링 콘텐츠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수면 유도를 위해서 ASMR을 듣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며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인 불면증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많은 현대인은 불면증에 시달린다. 김소연(입체미술·16)씨는 “자주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잡생각이 많아서 잠자리에 누워도 늦게 잠드는 일이 많았다”며 “ASMR을 들은 후 복잡한 생각도 많이 줄고 마음이 편해져서 자주 찾아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ASMR로 인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주원(사회·18)씨 또한 “혼자 자는 습관이 들지 않아,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불면증 때문에 수면유도제를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친구의 권유로 처음 ASMR을 듣게 됐는데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ASMR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SMR의 힐링 효과, 증명됐나
ASMR의 영향력에 비해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입증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ASMR의 의학적인 효과를 단정할 순 없다.
ASMR 콘텐츠에 의한 뇌파 변화 실험을 진행한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김래현 박사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2018. 8. 3.)에서 “실험 결과 ASMR 영상을 볼 때 깊은 수면 상태에서 나오는 델타파가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ASMR 영상 시청이 개인의 좋은 기억이나 느낌을 끄집어내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준다는 것을 어느 정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SMR에 너무 깊게 의존할 경우 ASMR이 없으면 잠이 오지 않는 등 의도치 않은 중독 현상이 올 수 있다. 그러므로 ASMR의 효과와 활용법 뿐 아니라 자신이 ASMR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확인해야 할 것이다.

오현경 기자
오연주, 박윤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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