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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밭골]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기사입력 2019-01-02 10:51 기사수정 2019-01-02 10:51
   
 

어린 시절 내 꿈은 정원사였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이라기에는 무척 특이했지만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꽃이 좋아서였다. 그 무렵 어머니께서 취미로 화분을 가꾸셔서 우리 집엔 꽃이 많았는데, ‘이렇게 예쁜 꽃을 가까이서 오래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의 연장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원사라는 직업의 고충이나, 내겐 무언가를 가꾸거나 기르는 데 소질이 없음을 깨닫기도 전에 내 꿈은 바뀌었다. 그 때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고, 자고 일어나면 장래희망이 달라지던 때였다.

유독 힘들었던 한 해가 갔다. 힘들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스물둘이라는 나이도 한몫했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일 년을 앞둔 마음은 전에 없이 불안하고 캄캄했다.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친구들과 달리 나만 외따로 헤매고 있었다. 흔히들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데,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뭘까? 하나만 좋아도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도 딱 하나 단점이 눈에 들어오면 쉬이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괜한 시간 낭비일까봐, 혹시라도 실패할까봐, 내가 상처받을까봐 등등 온갖 부정적인 상황을 먼저 떠올려보고 지레 겁부터 냈다. 사실은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조차 희미해져 있었다.
지난해 학교를 다니면서 ‘휴학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 한 건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휴학을 한 채 애꿎은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느니 한 학기라도 더 다니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스스로에 대한 결정을 계속 미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는 글을 보았다.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저커버그가 한 말이라는데, 내겐 그 문장이 그렇게 뼈아플 수 없었다. 지금껏 나는 항상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계획을 세울 때 뭘 하고 싶은지보다 뭘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방안들을 실천해야 하는데 정확히 거꾸로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의 경중을 따지다가 결국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뚜렷한 방향을 잡지 않고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새해가 밝았으니 지난해의 고민도 훌훌 털어지면 좋으련만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묵은 걱정을 짐처럼 지고 가고 싶지도 않다. 지금 겪는 과정이 으레 지나가는 성장통이라고 믿으며 우선 마음가짐부터 바꿔볼 생각이다. 가만히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지만,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일 작정이다.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 더 잘하고 싶다. 살면서 항상 되뇌었던 말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무게로 곱씹어 보려 한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다가오는 해에는 좋아하는 것들을 후회 없이 좋아할 것이다.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전보다 느리고 돌아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정확한 한 걸음을 내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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