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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시평]알바를 리스펙트하라? 
 
기사입력 2019-05-12 23:07 기사수정 2019-05-12 23:07
   
 


요즘 학기 중 강의가 출장이나 다른 사유로 불가피하게 진행되지 못해 보강을 잡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의 다른 과목 시간표를 피하고 다수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날짜를 잡다 보면 토요일이 보강일로 선정된다. 보강 시간을 고지하고 나면 수업을 마친 후 몇 명의 학생이 앞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사정을 얘기한다. 한 달 뒤로 잡은 보강인데도 그 시간엔 알바가 있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5, 6년 전만 해도 그런 학생들에게 “이보게, 너무 고민 말게. 인생은 둘 중에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그걸 선택하면 나머지는 어찌되든 감수하는 걸세…….”라고 자신있게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알바가 학생들의 생존이요, 각자도생의 방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사정을 듣는 나의 태도가 좀 달라졌다. 나도 그들의 불가피한 알바 현실에 심정적 동조가 점점 깊어진달까.
학생들이 당면한 최대 관심이 학업, 진로, 대인관계, 알바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알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생존의 문제다. 요즘 대학생 중 상당수가 알바를 하고 있거나 잠재적으로 희망하고 있다면 그것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알바를 RESPECT!” 최근 유명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의 TV 광고 문구다. 알바를 리스펙하라는 것은 알바를 ‘값싼 노동’으로 인식하지 말고 알바를 존중하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 오, 인정. 그러나 알바 역시 ‘리스펙’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알바를 생계형 노동으로만 인식한 채 “딱 돈 받는 만큼만 일하겠어.”라고 마음먹는다면 그 일은 당장 다른 사람에게 넘겨져야 한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마치, 자본과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영역에 침범하는 일과 같아서, 그대 국민대생이 할 일은 아니다. 
“받는 돈보다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은 곧 하는 일보다 많은 돈을 받게 된다.”라는 격언은 일의 세계에선 언제나 옳다.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를 힙합스러운 음료 주문에도 정확하게 그 음료를 척척 만들어내는 전문 바리스타 포스를 풍기는 알바의 모습. 해독이 어려운 암호 같은 고객의 니즈에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그런 전문성은 쉬운 해고를 어렵게 한다. part-time job, 알바의 세계에서 전문성은 모순적이지만 광고에 나오는 리스펙할만한 알바에 내재하는 속성이기도 하다. 
거기에 알바 경험도 결국 미래를 설계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나가는 것일까. 광고의 바리스타 일을 하던 학생이 일 년 후 워홀을 떠나 안정적인 카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외국 생활을 꿈꾸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설득에 도움이 될까. 주위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알바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반갑다. 
그대는 알바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준비했나. 이제까지 준비 없는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던 그대가 왜 알바는 누구로든 대체 가능한 그 일에 지원하는 것인가. 그거 자네 일이 맞나?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사장의 꼼수에 날을 세우고, 갑작스레 해고를 암시하던 사장의 저의를 헤아리며 강의실에 앉아있는 학생의 복잡한 머릿속을 알지 못하는 나는 오늘의 강의 주제 “고소의 요건과 제한”에 관한 보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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