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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또 다른 손흥민을 만나는 방법
 
기사입력 2019-05-12 23:08 기사수정 2019-05-12 23:08
   
 


방송 촬영을 위해 영국 런던에 와 있다. 1년여 만에 런던에 온 것 같다. 런던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사람이며 차들도 많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슈트를 잘 차려입은 영국 신사와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고즈넉한 건물 풍경 모두 그대로다.
런던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동네마다 공원이 참 많다.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전과 연결돼 있는 세인트제임스 파크처럼 웅장한 공원도 여럿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택 사이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공원이 동네마다 있다. 공원들은 산책하기에 그만인데 저녁이나 주말이면 아빠, 아들이 함께 손잡고 나와 축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고 부럽다.
런던엔 축구팀만 해도 수십 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아스널, 첼시, 크리스털 팰리스, 웨스트햄, 풀럼 등과 같은 유명한 축구팀들도 많지만 하부 리그에 알려지지 않은 축구팀들이 훨씬 많다. 이번 방송 촬영으로 만난 첼시 로버스 FC만 해도 13부 리그의 축구팀이다. 첼시 로버스는 낮엔 공부하거나 일하고 저녁엔 모여 공을 차는 ‘주경야독’ 축구 팀이다. 저마다 제이미 바디나 리키 램버트, 찰리 오스틴과 같이 아마추어로 시작해 훗날의 프리미어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이다. 이름 없는 팀에서 뛰고 있다 해도 그들이 흘리는 땀의 무게가 프리미어리거의 그것과 비교해 결코 가볍진 않다.
런던에 건너와 수십 개의 축구팀들과 선수들을 접하면서 새삼 손흥민 선수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톱클래스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는 손흥민은 정말이지 대단함 그 자체다.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은 이미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올 초 손흥민이 아자르, 케인, 오바메양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런던 풋볼 어워즈 2019를 수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토트넘이 선수 영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로 영국 현지는 손흥민의 존재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인과 라멜라 등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서도 손흥민은 다시 한번 한 시즌 리그에서만 10골 이상을 폭발시키며 토트넘의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축구의 땅 유럽에서는 공격수를 평가할 때 한 시즌 기준 리그 10골 이상을 때려 넣는 스트라이커를 톱클래스로 쳐주는데 손흥민은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에 성공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부분을 시간이 흐를 때마다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며 얻어낸 성과라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손흥민처럼 개인의 노력과 성취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좀 더 잘 갖춰져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영국처럼 공을 찰 수 있는 잔디가 도시 어느 곳에나 있고 하나의 도시에 수십 개의 축구팀이 운영되는 환경까지는 아니어도,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는 천연 잔디 구장을 밟기조차 어려운 현실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박지성, 손흥민과 같은 선수들이 재능을 꽃피운 건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제2의 박지성과 손흥민이 나오기 바란다면 선수 개인이 아닌 사회적 투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박지성과 손흥민을 보며 환호했던 것처럼 제2의 그들을 보며 또다시 행복해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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