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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칼럼]사실은 가장 모르고 있는 나라
 
기사입력 2019-05-12 23:11 기사수정 2019-05-12 23:11
   
 


내게는 한국의 대학에 와서 이렇게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국제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가 크게 싸웠던 중학교 3학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국에 대해 안 좋은 말씀을 하시고,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으시는 아버지와 매일같이 싸우면서, 나는 오히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닮아 고집이 세서 그런지, 나는 결국 아버지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지금 이렇게 한국 유학 생활을 마치려 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한국이 일본보다 매우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거나 의견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각자가 믿는 ‘자기 자신’이라는 기준과 사회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라고 느껴졌다. 딱히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만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나는 대화에 익숙한 한국사회의 모습에서 일본에는 없는 뭔지 모를 여유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은 아마 사람들이 획일적이지 않고, 역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움직여도 되는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수업에서 한국 학생이 “일본 사회에는 역할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일본 특유의 ‘역할에 맞는 행동’에 익숙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기반한 의견은 나름의 정당성이 있는 만큼 잘못하면 그 주장의 정당성을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또한,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느낀 것이었다. 때로는 한국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 부러워하고 때로는 그 솔직함에 무서워하면서 나는 또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일본학 수업을 꽤 많이 듣게 되었는데 ‘일본에선 이렇게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모여 수업이 진행되는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한국에 관한 수업은 주로 한일관계나 정치, 역사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 나라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그 나라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폭력과 같은 행위가 아닐까.
이렇게 많은 놀라움을 느끼면서 거의 1년간 한국에서 공부하며 내가 얻게 된 제일 큰 성과가 있다. 그것은 내가 나름 공부해 왔다고 여기고 있었던 한국이라는 나라를, 또 내가 살아온 일본이라는 나라를 너무나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일본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릴 수 있는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대해 공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버지께서 심하게 차별하시는 나라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들이 그저 그냥 정보일 뿐인 것을 알게 되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역사 사이에 있는 거리를 느끼고, 그 안에서 사는 나를 포함한 일본 사회의 응석(甘え)을 느꼈다.
이번 유학 생활을 하면서 나는 흔히 말하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한일간의 지칭을 새로 제안하고 싶다. 한국과 일본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장 모르고 있는 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7년 전 중학생 때 내 꿈의 목적지였던 한국이 이제 겨우 시작점이 되었다. 이번 유학 생활에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일본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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