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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5월,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위한 단상(斷想)
 
기사입력 2019-05-12 23:13 기사수정 2019-05-12 23:13
   
 
봄꽃 지나간 자리에 초록이 겹겹이 쌓이며, 바야흐로 신록이 불타는 계절이 돌아왔다. 5월, 모란이 피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시인 김영랑은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라고 노래했다.
한해 가운데 5월만큼 새롭고 싱그러운 달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감사와 기억을 위해 기념하는 날이 유독 5월에 몰려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지나 스승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까지. 옛 어른들께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배움을 멈추지 않고, 행복한 사람은 일상에 감사하며 산다고 했다. 사실은 소리가 조화로우면 울림이 맑고, 형태가 곧으면 그림자 역시 곧은 것이 자연의 이치다. 우리 삶에서 좋은 스승과 벗을 만나고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려준다. 모쪼록 5월 북악 교정에 배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고, 그 마음을 받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깊은 가르침과 울림이 함께하면 좋겠다.
중간고사를 마친 교정에서는 마음 가볍게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오가는 이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적당한 쉼이 없는 삶은 비정상적이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아무리 아름다운 악곡도 쉼표가 없으면 소음에 불과하며 제대로 된 선율을 전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운 만큼 가벼워지는 일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비우고 가벼워질 때 비로소 곰곰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덕목은 높은 ‘순위’와 ‘성적’이 아니라 바로 지금 맞이하는 이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그 어떤 사회적 지위나 재물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우치는 일이라고 본다.
꾸준한 자기성찰은 우리 내면에 잠재한 문제의 해답과 길을 찾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어느 노철학자는 “자기 감정을 아는 것이 철학의 전부”라고까지 설파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영혼을 키우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 생각하고, 다른 한편 초록이 더해가는 북악의 풍광을 살펴보면서 자연의 변화와 질서에 대해서도 묵상하는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며,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라고 했다. 길은 ‘나’와 ‘너’ 사이에 있다. ‘나’와 ‘너’ 사이에서 관계는 시작되며, 이때 길은 소통을 뜻한다. 기울어진 관계는 언제나 다른 한편을 불편하고 힘들게 하며, 마침내 갈등과 불화를 만들고 불통으로 간다. 사실 상대방의 겉만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 진정한 대화와 관계는 이루어진다.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 법이다. 하루를 시작하며 새로운 만남을 다짐해보고, 흔하고 익숙한 데서 벗어나 낯선 경험을 시도하는 것은 젊음이 갖는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용기가 새삼 필요하다. 물론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만남과 경험 이후에 갖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일찍이 선현들은 우리에게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둡고 갑갑하여 얻는 것이 없으며,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위태롭게 된다.”고 했다. 감사하는 마음과 쉼이 있는 5월, 다르게 생각하면서 낯선 경험과 새로운 배움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도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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