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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생각하는 대학
 
기사입력 2019-05-26 16:02 기사수정 2019-05-26 16:02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는 정보를 기억하는 데 많은 시간을 바친다. 교사와 교수는 학생이 얼마큼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검사함으로써 그의 역량을 평가하곤 한다. 학생도 이와 같은 평가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는 외우고 잊고 외우고 잊고 이를 반복하며 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다. 기말시험을 마치고 방학이 지나면 사라져버릴 것들을 지금 열심히 외우고 있다. 잊지 않고 많이 외우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찬사를 보내고 그를 똑똑하다고 말한다.
밴저민 블룸은 1956년 <교육목표 분류체계>에서 학습 또는 인지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었다. 그것은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의’이다. 이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의 인지 과정은 기억이다. 철학에서 기억은 이성이 가장 덜 관계하는 인지 과정이다. 라이프니츠는 기억에만 의존하는 삶이 곧 짐승이 살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2001년 앤더슨과 크레드올은 블룸의 연구를 심화하여 인지 내용을 네 단계로 나누었다. 그것은 ‘사실, 개념, 절차, 메타인지’이다. 가장 낮은 인지 내용과 가장 낮은 인지 과정이 결합된 인지 수준이 바로 사실 기억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나아가 대학 졸업 이후 엄청나게 많은 시험들이 가장 낮은 단계의 인지 내용과 과정의 숙지 여부를 주로 평가하는 셈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분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대체로 10대 때나 20대 때 반짝 사실 기억을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던 이들이다. 그들은 의사, 교사, 교수, 판검사, 공무원, 정치인, 전문가 등이 되어 능력자 행세를 하며 지도자 노릇을 한다. 신라시대 독서삼품과에서 조선시대 과거와 대한민국의 고시까지 많은 것을 암기하고 있는 이들이 사회의 중추를 형성해 왔다. 컴퓨터, 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보편화 되고 있는 21세기가 되어서도 대한민국의 많은 역량 평가들은 사실 기억 수준에 멈추어 있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21세기에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갖추도록 요구받아야 하는가? 몇 년 전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 일자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 기업, 개인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 노동자의 역량 부족, 대규모 실업, 커지는 불평등 등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취지다. 이 보고서는 노동자들의 역량을 “다시 다듬고 더 다듬는” 것이 최악을 피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역량을 더 다듬고 다시 다듬어야 할까? 이 보고서에 따라 제4차 혁명기에 우리가 주요하게 키워야 하는 10대 역량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복합 문제 해결, 비판 사고, 창의성, 인사 관리, 다른 사람과 협업, 감성 지능, 판단과 의사결정, 봉사 지향, 협상, 인지 유연성’이다. 교육전문가 토니 왜그너도 미래의 일자리를 위한 7가지 핵심 기술 중에서 첫째로 비판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꼽았다.
따라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각 시민들로 하여금 “최고도로 발휘하게” 할 능력은 첫째, ‘복합 문제 해결, 비판 사고, 창의성, 의사결정, 인지 유연성’ 같은 사고능력이며 둘째, ‘인사 관리, 협업, 감성 지능, 봉사 지향, 협상’ 등과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응하고 그들과 협력하는 능력이다. 미래 노동자가 될 우리 대학생들은 사고능력과 협력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자기 시간을 더 써야 한다. 대학교와 교수들도 학생들이 이런 능력을 갖도록 교육 프로그램들을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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