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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교수시평] 나를 성장시키는 축적의 방법
 
기사입력 2020-01-02 15:14 기사수정 2020-01-02 15:15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지지 않는 어떤 슬픔도 나는 알지 못한다." 몽테스키외의 말이다. 청년 시절의 내게도 책은 거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불우했던 이십 대, 신촌 좁은 골목의 자취방에 돌아와서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일 때 소박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 것은 이청준, 최인호, 박완서 등 뛰어난 한국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남루했던 마음을 단박에 잊게 만들어 주었고, 미움도 슬픔도 사라지게 했다. 몰입의 경험이었다.
직장에 다니고 MBA 학생일 때는 자기개발과 경영혁신 책에 매료되었다. 스티븐 코비, 짐 콜린스,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등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저술가들은,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기업 경영이 열정을 가지고 헌신할 만한 멋진 세계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혁신과 경쟁, 자기 성찰, 자기보다 더 큰 세계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공감이 거기 있었다. 나중에 경영학으로 학위를 한 것도, 리더십 전공을 택한 것도, 코칭의 길로 가게 된 것도 독서의 결과였던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쓴 엘런 가넷은 창의성의 원칙을 소개했는데, 첫째 원칙이 ‘소비’다. 어느 분야에서 창의적이 된 사람들은 거기에서 왕성한 소비를 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유튜브 스타들은 유튜브를 누구보다 열심히 많이 본 사람들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담당 부사장은 한때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면서 거기 있는 모든 영화를 보았다. 패셔니스타들은 알바를 해서라도 마음에 드는 옷과 신발에 투자를 해왔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왕성한 독서가들이다. 창조성이란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갑자기 떠올리는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오해하는데, 실은 소비와 축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쌓아 올린 자원이 있어야 창조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쌓인 인풋에서 새로운 아웃풋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시간과 돈을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신발 한 켤레 살 돈으로 위대한 사람의 한평생을 살 수 있다.” 독서는 가성비 최고의 투자다. 직업이 독서가인 대만의 탕누어의 말이다. 요즘은 책을 안 읽는다고 한다. 영상 자료가 넘쳐나고 훨씬 쉽고 편리하게 거의 모든 것을 검색해 낸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경험, 글의 전개를 따라가려고 애쓰면서 길러지는 사고력, 저자의 유머 감각 같은 자잘한 센스들, 개성 넘치는 단어와 문장들, 머릿속 다른 지식과 연결되는 재미, 이런 것은 영상과 검색만으로는 얻기 어렵다. 마치 인공지능 AI가 우리에게 딱 맞는 결과를 알려주어 편리하지만 우연한 실수에서 얻는 영감도, 자발적으로 궁리하면서 발견하는 재미도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
대만의 탕누어는 ‘전문성이란 바로, 모르는 것, 확실하지 않은 것,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능력이다. 그런 안목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완전 공감한다. 이런 전문성은 시간의 예술, 축적의 결과이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수십 년 이어지는 공부 모임을 꿈꿔보는 것이다. 책을 몇 권 더 읽으면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 꾸준히 책을 읽는 시간이 일 년, 이 년, 삼 년으로 넓혀지면 어떨까? 쉽게 따라오기 힘든 차이가 생긴다. 시간의 축적 때문이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선 책을 다시 꽂아 놓았다. 나는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작가 앙드레 지드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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