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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배밭골] 불편한 졸업
 
기사입력 2020-01-02 15:23 기사수정 2020-01-02 15:23
   
 


전공 과제로 짧은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주제 선정을 고민하던 11월 즈음, 연말을 맞이하는 대학이 으레 그렇듯 우리학교도 졸업과 관련된 행사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 게시판 이곳저곳에는 졸업 전시회를 공지하는 홍보물들이 붙었고, 경영대학 콘서트홀 입구에는 졸업 연주회를 축하하는 화환들이 줄을 이뤘다. 졸업 작품이라고 하면 대개 ‘나 자신을 갈아 만든 작품’이라 정의할 정도로 힘든 작업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다. 이번 졸업 작품을 준비한 예술대 전공생들의 노력을 영상으로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작품에는 학생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겨있으리라 어슴푸레 짐작해보며 예술대생과 졸업 작품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졸업 작품’. 4년 이상의 대학 생활을 아우르는 마지막 과제이자 학생들의 자부심이 담긴 작품이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고, 일정한 수준의 어학 성적을 달성하며, 졸업 논문을 제출하면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영상, 디자인 등 예술계열 전공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린 졸업 작품을 제출하고 발표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이들은 졸업 작품을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까. 조형, 예술, 건축대학의 학생들은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작품 제작에 힘쓰고 있었고, 출품이 막바지로 다가왔을 때는 학교에서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었다. 캠퍼스의 아름다운 야경이 학생들의 밤샘 작업에서 만들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와닿는 대목이었다.
노력과 시간 투자만으로는 졸업 작품을 완성할 수 없다. 학생들은 본격적인 졸업 작품 제작에 앞서 필요한 비용을 준비해두어야 했다. 졸업 작품 비용에는 단순히 작품을 제작하는 데 드는 재료비 외에도 전시관 대여, 도록, 사진비 등 공공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졸업 전시에 지출되는 개인 평균 비용은 100~200만 원 사이이나, 학과 특성에 따라 평균보다 최대 1,000만 원 이상을 사용한 학생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졸업 작품과 전시에 드는 비용을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운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학교에서 가장 많은 등록금을 지출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연간 9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낸 뒤로도 각종 추가 지출을 감당하고 있었다. 졸업 작품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예술계 학생들은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 대출 등을 받았다. 실제로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등록금과 재료비로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57%에 달했다.
내가 만난 예술계열 전공생들은 졸업 작품에 대한 우리학교 차원의 비용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형대학의 경우 매년 지원금이 다르게 책정되긴 하지만, 지출 금액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비용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지출되고 있었다. 한 영화과 학생은 졸업 작품을 촬영하는 데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게 졸업 작품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으며 다큐멘터리는 마무리됐다. ‘고생’, ‘맷돌’, ‘성과’, ‘기회’……. 누군가에겐 뿌듯한 성과로,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기회로 기억될지 모른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맷돌처럼 가루가 될 때까지 갈린 애증의 졸업 전시로 마무리됐을 것이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씁쓸한 응원과 함께, 올해는 작년보다 졸업 작품 준비생들의 비용 부담이 덜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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