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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소식]음원 시장을 병들게 하는 ‘음원 사재기’
 
기사입력 2020-01-02 15:35 기사수정 2020-01-02 15:51
   
 
최근 가수 박경이 바이브·임재현 등 일부 가수들을 대상으로 음원 사재기에 대해 언급하며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음원 사재기 논란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박경을 시작으로 박진영, 윤종신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음원 사재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바이브·임재현 측은 명예훼손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대중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현재 한국가요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아보았다.

음원 사재기란 무엇인가
음원 사재기는 브로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하면,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스트리밍하여 음악 순위 목록,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등 음원 관련 기록 자료들을 조작하는 불법행위를 말한다. 수백 대의 휴대전화, 음원사이트 가계정 및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하루에 음원을 수천 번 이상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요계에서 최초로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12년이지만, 2018년 ‘연쇄 음원 사재기 파동’ 이후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음원 발매의 경우, 초반에 차트 진입을 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닐로의 곡 ‘지나오다’가 비정상적인 음원 그래프를 보이며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것으로 시작해, 같은 소속사의 장덕철도 마찬가지로 사재기 의심을 받았다. 역시 같은 소속사인 반하나의 곡 또한 음원 발매 후 2시간 동안 순위에 진입하지 못했다가, 다른 음원들의 순위가 크게 떨어지고 있을 때 가파르게 순위가 상승하면서 음원 사재기에 대한 대중들의 의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반하나의 음원 순위는 음원 소비량이 낮은 심야시간대(1시~6시)에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 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그 당시 양다일, 아이유, 임창정, 자이언티 등 영향력이 강한 음원 강자들을 제치고 빠른 속도로 1위를 차지해 대중의 의혹은 심화됐다. 작년 7~8월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있는 음악의 절반이 음원 사재기로 의심받고 있으며 아직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음원 성적과 엇갈리는 대중의 반응
윤종신은 본인의 SNS에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음원 성적의 성패와 대중들의 반응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대중이 음원 스트리밍의 가장 큰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곡들은 높은 음원 성적과는 다르게 대중들의 인지도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2일(월) 멜론 차트 기준 상위 100위 곡 중 김나영, 임재현 등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곡 11개의 평균 평점은 1.1로 음원 성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차트에 올랐던 곡들 중 나머지 89개 곡의 평균 평점은 4.2였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기 전인 2011년에는 상위 100위 곡 중에서 평점이 4 미만인 곡은 단 한 곡을 제외하곤 없었다.
댓글 반응 또한 부정적이었다.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인 ‘지나오다’의 음원사이트 댓글 약 500개를 구름단어 분석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주요 키워드는 ‘사재기, 불법, 정직, NO양심’인 반면 같은 조건으로 최근 2달 내 1위를 차지한 곡 ‘Square’, ‘아마두’, ‘Love poem’을 살펴본 결과, ‘공연, 멜로디, 음원 강자, 사랑해’ 등 비교적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키워드가 댓글의 전반을 이뤘다.

분석을 통해 살펴본 사재기 의혹
대중들의 선호와 음원 성적이 비례하는 것은 일반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중의 선호와 성적이 반비례하는 곡들에 사재기 의혹이 집중됐다.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들에는 대중의 선호와의 반비례뿐만 아니라 수치상으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했다.
먼저 멜론 실시간 차트 순위 추이를 살펴보면, 사재기 논란을 부른 곡들의 대표적인 홍보 전략은 ‘역주행’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역주행의 정석이라 평가받는 윤종신의 ‘좋니’의 경우엔 처음 발매 당시엔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후 SNS나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통해 뒤늦게 관심을 받아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왔다. 다른 대표적인 역주행 곡인 멜로망스의 ‘선물’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받지 못하던 곡이었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계기로 페이스북을 통해 인기를 얻어 역주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사재기 의혹을 받는 곡의 상황은 달랐다. 앞서 말한 ‘좋니’의 경우 차트에 최초로 진입한 지 47일 후에 1위를 달성했고, ‘선물’은 3달 만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위를 달성하기까지 장덕철의 ‘그날처럼’은 40일, 닐로의 ‘지나오다’는 20일, 숀의 ‘Way back home’은 12일,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8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네 개의 곡을 포함해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곡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승폭이 주춤하는 일반적인 순위 추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순위 상승폭이 가팔라졌고, 오래 상위권에서 머물렀다.
또 다른 차이점은 인지도와 파급력에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참여지수와 소통지수 등을 기반으로 브랜드가치를 평가하는 브랜드평판 지수를 통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기준 방송예능인 부문에서 8위, 가수 부문에서 28위를 기록한 윤종신은 유튜브 라이브나 방송 활동 등 꾸준한 홍보를 통해 뒤늦게나마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가수 부문에서 18위를 차지한 악동뮤지션의 ‘Dinosaur’도 최고 순위가 4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으며, 9월 기준 걸그룹 브랜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레드벨벳 또한 ‘빨간맛’ 이전까지 실시간 차트 순위 1위를 지속하지 못해 일간 순위 1위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닐로의 ‘지나오다’는 SBS 인기가요에서 음반, SNS, 온에어 점수가 모두 0점, 시청자 사전투표가 7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오랜 기간 동안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스트리밍 횟수 추이 그래프도 미심쩍은 부분이 존재했다. 지난 2018년 닐로의 ‘지나오다’가 1위를 유지하던 당시, 2위로 경쟁하던 곡은 트와이스의 ‘What is Love?’와 김하온의 ‘붕붕’이었다. 거대 팬덤을 지닌 트와이스의 곡은 1위를 달성했으나 이내 ‘지나오다’에 밀려 2위에 머물렀고, 김하온의 ‘붕붕’은 결국 1위에 오르지 못했다. 문제는 ‘지나오다’와 ‘What is Love?’의 스트리밍 횟수 추이 그래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약 90~110만 회 정도의 스트리밍 횟수 차이를 두고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8년 4월 21일의 그래프도 마찬가지로, ‘지나오다’와 ‘붕붕’은 약 30~50만 회 정도의 스트리밍 차이를 두고 일정하게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그래프 추이는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는 곡 외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K-Pop 연구로 저명한 한국조지메이슨대학의 이규탁 교수는 “일반적인 방식의 역주행을 통해서 히트한 곡이라고 보기엔 이상한 점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라며 실시간 차트 개입에 대한 가능성을 표했다.(2018.05.12)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한 계속되는 증언
사재기가 논란이 되면서 여러 가수들이 사재기 제안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밝히고 있다. 가수 성시경은 “과거 자신의 지인에게 제안을 받았으며, 사재기 브로커들은 제목부터 작사까지 관여하며 노래와 홍보 등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제안을 거절한 경험을 밝혔다. 인디 음악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멤버인 김간지 또한 브로커에게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려줄 테니 음원 수익 80%를 제공하라는 계약을 제시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인 ‘소름 돋는 라이브’를 통해 홍보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인기를 얻어 역주행했다는 식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홍보할 것을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법적인 제재, 불가한가?
최근 가수 박진영이 순위조작 의혹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에서도 음원사이트나 문체부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며 음원 사재기 의혹과 심각성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여론은 ‘법적인 제재가 시급하다’, ‘조사에 착수해 법적인 처벌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6년 개정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 1항에는 음반·음악·영상물 관련 업자 등이 제작, 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2016년 9월 23일부터 법적으로 명확히 ‘음원 사재기’라고 불리는 행위는 금지됐다.
그러나 음악산업진흥법 제26조 1항은 현재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전락했다. 의혹 자체를 밝혀내기 매우 어렵다는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사재기 의혹으로 논란이 일자, 닐로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와 숀 소속사 디씨롬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문체부에 직접 의뢰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문체부가 내린 결론은 ‘자료 부족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것이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낮 시간대나 새벽 시간대 집중적으로 이용량이 늘어나거나, 오랜 시간 똑같은 곡을 듣는다거나 하는 패턴이 비교 대상 곡들 모두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패턴이 사용자들에 의한 것인지, 사재기 혹은 스트리밍 프로그램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라고 전했다.(<노컷뉴스> 2019.02.01.) 더불어 조사과정에서 음원사이트들이 이용자의 결제 정보나 성별·나이 등에 대한 정보는 제외하고 한정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사재기 의혹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
한편 문체부는 작년에 이어 음원 사재기 대응 매뉴얼을 위한 예산을 약 3억원 가량 편성했고, 사재기 대응 시스템과 음원 시장 모니터링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 낼지는 미지수이다.

다가오는 2020년의 음원 시장
논란이 커질수록 사재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비판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박경이 SNS에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들을 직접 언급한 사건 이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서 음원 사재기 관련 취재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작년 말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 헤이즈와 방탄소년단 진이 수상 소감에서 간접적으로 음원 매크로를 겨냥한 발언을 했고, 마미손 또한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곡을 통해 ‘기계를 어떻게 이겨’라는 가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더 이상 음원 사재기는 대중들 수준에서 떠도는 낭설이 아니게 됐다. 분석 자료와 여러 증언들이 그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음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무의식적으로 톱 100곡 재생을 누르게 되는데 이미 왜곡된 차트로 음악을 듣고 있는 것 자체가 선택권 및 감상권의 침해”라고 지적했다.(<서울경제>.2015.10.14.) 더불어 음원 사재기는 음원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불법 사재기 행위에 대한 확실한 법적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지금처럼 네티즌 수준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넘어, 음원사이트와 문체부의 적극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겸, 이용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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