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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보도]흔들리는 학생자치, 학생회에 닥친 위기
 
기사입력 2020-01-02 15:59 기사수정 2020-01-03 13:08
   
 
지난해 11월 22일(금), 제52대 총학생회로 ‘드림’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최종 당선됐다. 당초 경쟁자 없이 단선으로 출마한 ‘드림’은 홀로 선거 레이스를 질주하며 학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총학생회장 송다미(정치외교·16)씨는 “일 년 동안 학우분들에게 공약을 통해서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드리는 총학생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하며 각오를 내비쳤다.
그런데 최근 여러 대학에서 학생회가 처한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대학에서 학생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학생을 위해 다양한 복지를 제공해 온 학생회가 존립을 위협받고 있거나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3월 9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35개교 중 8개교에서 새로운 총학생회가 선출되지 않은 채로 19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약 4곳 중 1곳에서 총학생회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학생사회를 지탱하는 데에 필수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학생회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학생회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투표율의 감소다. 재학생들은 매해 연말에 다음 학생회를 선거로 선출한다. 흔히 대선과 총선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인물을 뽑는 선거라면, 학생회 선거는 학생사회를 대표하고 이끌어가는 인물을 뽑는 선거이다. 그렇기에 보통 대학에서 학생회 선거는 중대한 행사로 여겨진다. 선출된 학생회가 향후 자신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학생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래서 학생회 선거의 높은 투표율은 학내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써 흔히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회는 매년 낮은 투표율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치러진 서울 주요 대학 17곳의 총학생회 선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6개교에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고 그중 2개교는 낮은 투표율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11개교 역시 당선이 확정되는 일정 기준을 조금 넘겼을 뿐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리학교의 경우, 지난 10년간의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에서 급격한 변동은 없었지만 대체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62.7%라는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09년도 선거부터 16년도 선거까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약 2~3%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회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의 A 대학은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를 신청한 사람이 없어 총학생회 선거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특히 A 대학은 이전에도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던 전적이 있어, 2년 연속으로 총학생회가 선출되지 않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 소재 B 대학은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서 단선 후보가 출마했으나 중도 사퇴로 낙마하면서 총학생회 선거가 아예 무산되기도 했다.
우리학교는 지난해 연말에 치러진 13개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에서 1개 단과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선으로 치러지거나 출마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학생회가 선출되지 않으면 우리학교 총학생회칙 제165조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가 수립되며, 제120조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하는 일자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방학 등의 이유로 재선거는 다음 학기 초에나 이뤄지며, 이에 따라 총학생회 간 인수인계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투표율의 감소와 함께 줄어드는 학생회비도 학생회의 어려움 중 하나이다. 학생회비는 학생회가 한 해 동안의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필수적인 자금원이다. 특히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학생 복지 사업은 학생회비의 수입에 따라 수혜 대상과 복지의 질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대부분 대학의 학생회는 학생회비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납부자를 대상으로 각종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학생회비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인원이 해마다 감소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2012년 상반기 총학생회비 납부자가 9376명에 달했지만 매년 감소하여 작년 상반기에는 6000명만이 총학생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A씨는 “총학생회비를 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총학생회비를 냄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몰라서 단순히 돈이 아깝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무엇이 위기를 불렀나
제51대 총학생회 ‘바로’의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이준배(언론정보·12)씨는 학생사회에서 학생회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기존의 학생회가 학우들에게 보였던 모습들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던 탓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그간 학생회가 보여왔던 실책과 역량 부족, 소통의 미비 등이 학우들의 실망감을 불러왔고, 그러한 실망감이 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오마이뉴스에서 21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75%가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자신이 투표를 해도 학교에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선 ‘우리학교 총학생회가 대학생에게 닥친 문제들을 해결할 힘이 없을 것 같아서’가 40%(중복응답 허용)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총학생회가 대학생에게 닥친 문제와는 거리가 먼 활동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공약을 잘 이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등의 응답도 있었다. 이는 학생들이 매년 총학생회가 바뀌어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체감하기 힘들며, 새로운 총학생회의 행보가 과거의 총학생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낮은 기대감에 따른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송인혁(회화·19)씨는 “별다른 탈 없이 학생회가 맡은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회의 활동에 크게 관심이 없다.”라며 “학생회의 업무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몰라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48대와 제49대 총학생회 ‘공감’의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이태준(정치외교·10)씨는 “학생회의 존재 가치가 옅어지면서 오늘날 학생회는 무색무취한 존재가 되어버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투표율 하락 등 학생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는 학생회가 ‘잘했다’, ‘못했다’의 문제가 아닌, 학생회의 역할에 대한 물음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보다, 오히려 학생회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만들어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현 사회과학대학 비상대책위원장 원호연(행정·14)씨는 “오늘날 학생회 집행부가 과거와 비교해볼 때 본질적인 면이 흐려진 이유가 큰 것 같다.”라며 “학생사회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공통된 의제의 결여, 취업 부담의 증대, 개인화의 증가 등이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다른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의 흐름이 학생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며 학생회의 위기라는 결과에 복합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학생회의 위기’가 불러올 ‘학생사회의 위기’
과거부터 지금까지 학생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활동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학생을 대표해 학교 본부와 협상하며 학생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 학생회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가 약해진다면 학생회의 활동에도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대학교에서 학생회가 학생 복지 사업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기 위해서는 학교와의 협상이 필요하다. 남·여학생 휴게실, 생리공결제, 셔틀버스 증편, 장학금 수혜 인원 확대 등 학생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학생회가 이러한 협상을 통해 얻어낸 학생 복지 사업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학생회의 협상력이 낮아진다면 학생을 위한 혜택이나 복지 프로그램이 축소 혹은 폐지될 우려가 있다.
학교행정을 감시하는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 학습권과 연구 활동 등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를 학교가 제대로 보장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학생 개인이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학생의 대의기구인 학생회가 이를 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회는 이러한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선거가 무산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면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학생회의 위기’는 집단행동의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집단행동의 문제란 한 집단 내 의사결정에서 공동의 이익이 개인의 사익과 충돌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학생 복지 사업이나 학교행정 감시를 통해 얻어낸 정책은 교내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공동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의 권리는 생산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도 누릴 수 있기에, 이 과정에서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결과물을 누리려는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학생회비 납부나 투표 참여에서 특히 두드러져 나타난다. 학생회비를 내지 않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생회의 정책을 통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투표와 학생회비 납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곧 지금의 위기를 촉발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배병인(정치외교)교수는 “학생사회에서만 나타나는 집단행동 문제의 특징이 있다. 선거 참여나 학생회비 납부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나 혜택은 무엇인지, 학생회가 제공해야 할 권리는 무엇인지, 학생사회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늘날 학생회가 마주한 위기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학생회의 위기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역할의 변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투쟁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한다는 학생회의 전통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축제 기획이나 간식 행사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대 학생회에 부여된 새로운 역할이라는 것이다.
정치외교학과 제32대 학생회 ‘우리’의 학생회장을 역임한 박준수(정치외교·18)씨는 “현시대의 학생회는 학생들의 일상과 더욱 밀접해졌다. 이에 따라 학생회도 시대에 발맞추어 역할이 변화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시대가 변하고 있듯 학생사회도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회가 존폐의 기로에만 서지 않는다면 오늘날 위기는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법과대학 제32대 학생회 ‘와락’에서 활동한 김재현(법·16)씨는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해서 반드시 학생회의 위상이 낮아지거나,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행사에 참여하는 것 같아 딱히 개선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참여하는 것이 대학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이태준 씨는 오늘날 학생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향후 학생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학생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학생회가 학생회실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학우들과 만나며 소통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학우들과 함께 어떤 학생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담론과 비전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속에서 해답도 찾을 수 있고, 학우들의 신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학생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행동하는 학생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병인 교수는 현시대에 맞는 학생회의 역할을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며 “오늘날 학생회의 기본적인 역할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변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회가 학생들이 가지는 특정한 이해관계를 교수, 학교 본부, 사회에 전달하는 대의기구로서의 역할로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투표율과 학생회비 납부율의 감소라는 표면적인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1996년도에 법과대학 학생회장을 역임한 설창일(법·93)동문은 “학생회 임원들이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정책만을 실행할 것이 아니라, 학우들의 이익을 위한다는 취지를 갖고 새로운 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 시대에 맞는 방식을 궁리하여 학생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학우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5월 30일(목), 총장직선제 촉구를 위한 비상학생총회가 학교 대운동장에서 개최됐다. 당초 비상학생총회가 수립될 만큼의 학생이 모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무려 20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날 운동장에 모여 비상학생총회에 함께했다.
‘학생회의 위기’는 현재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분명하지만, 비상학생총회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학생사회가 교내·외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에 완전히 무관심하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회가 마주한 위기를 그저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학생들이 이날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학생사회가 학생회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때다. 학생회도 스스로 쇄신을 거듭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오늘날 학생회의 위기가 도리어 학생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상욱 기자
오정택, 서다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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