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교육부는 전공자율선택제(이하 자율선택제)를 실시한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발표했다. 학과 간에 놓여 있던 벽을 허물어 다양한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경직된 교육 현장에 변화를 일으켜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취지다. 이는 기존의 학과 체계가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기존의 교육으로는 틀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대학가에서도 해당 사업에 발맞춰 무전공 확대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학교 역시 자율선택제 선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5학년도부터 시행 예정이며 모집 정원의 30%중반가량을 자율선택제에 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율선택제를 통한 무전공 선발이 사업 발표 후 반년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이에 <국민대신문>은 무전공 모집 확대의 현 상황과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단일전공부터 전공자율선택제까지, 대학 교육체제 개편 흐름
대학이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체제를 개편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 지금은 당연하게 보이는 복수전공(다전공)은 1998년에 발표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처음 시행된 제도다. 대학에서 학위 하나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기에 도입된 제도였다. 나아가 이제는 전통적인 학문 분과에서 벗어나 두 개 이상 학문을 결합해 연계·융합전공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개설하거나 입학 이후 전공을 정하는 자율전공 또는 단과대·계열 단위 광역화 모집까지 시도하고 있다. 단일학위, 복수전공(다전공), 연계·융합전공, 자율전공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개편의 이유는 유사했다. 학과 간 벽을 허물며 학생에게 다양한 학문의 기회를 제공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일부 대학만이 개별로 운영했던 자율전공을 전국 국공립대·사립대로 확대하는 자율선택제 시행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그런데 유독 무전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공자율선택제에 대한 우려
1면의 <"학점 제한 없이 희망 전공 선택" 2025학년도 전공자율선택제 시행>에서 다룬 바와 같이 자율선택제 시행 여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 기준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연이은 입학금 동결로 재정 관리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 입장에선 인센티브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해당 사업이 무사히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사회의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문제는 대학들이 서둘러 무전공 선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년 상반기 대학에서는 수험생 대상 입시(모집) 요강을 배포하는데, 지원사업의 인센티브 획득을 위해 요강 수정에 서두르는 것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을 도모한다기보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일정에 맞춰 촉박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자율선택제의 취지와 구조는 자율전공과 매우 흡사하다. 때문에 자율전공을 개설했으나 폐지·편입·전환된 학교 혹은 개설 이후 지금까지도 자율전공학부 형태로 남아있는 학교의 사례를 보면 이후 진행 상황을 조금이나마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개설 몇 년 만에 '학과 쏠림 현상'이나 '모호한 소속감' 등으로 폐지되거나 다른 전공으로 전환된 대학들(△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등)의 선례가 있다. 이번 자율선택제가 도입된다면 기존 자율전공보다 더 많은 수의 학생이 선발된다. 그런데 만약 모집정원의 최소 25% 규모에서 특정 전공에 쏠리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종국엔 폐지되는 학과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 자율전공을 운영한 학교의 경우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학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선택제로 입학한 이후 선택할 수 있는 학과를 선정하는 방식이 학교마다 다르다. 국가자격 학위 과정인 보건의료 계열, 사범 계열은 모든 학교에서 공통으로 제외되나 예체능 계열은 학교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겼다. 2007년에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에 자율전공학부를 개설한 홍익대학교는 미술대학 선택을 조건부로 허용해 왔다. 그러나 2023년 학사제도 변경 이후 자율전공에서 미술대학을 선택할 경우 충족해야 했던 학과목 이수나 평균 학점을 철폐했다. 이러한 경우 인기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현재 발표된 바에 따르면 우리학교의 무전공 모집단위인 '인문기술융합학부' 유형1 입학생은 예체능 계열에서는 △조형대학 △예술대학(음악학부와 공연예술학부 연극, 무용 전공 제외) △체육대학 중에서 자유롭게 전공 선택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학교의 전공자율선택제 부작용 대응 방안
기획처장 정재일(기계공학)교수에 따르면 "자율선택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 후 조건 없이 모집단위 광역화에 참여하는 학과의 희망 전공을 골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공을 선택하기 전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제도를 통해 보장되는 전공 선택권에 관해 설명했다.
또한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 수강신청 문제, 강의실 인원 배정 문제 등 자율선택제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각종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물음에 기획처장은 "자율선택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학교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또한 TF에서 해결 방안들을 확정해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자율전공의 사례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학교 재학생에게 전공자율선택제를 묻다
우리학교 재학생들은 자율선택제(무전공)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영학부 재학생 A씨는 "취지는 좋지만, 우리학교에 없었던 제도이기에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다각도로 대비해 완성도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취업 시장에서는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 이런 점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제공해 취업시장에서 우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무전공 제도 시행 이후에는 수강신청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잘 보완해 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공연예술학부 중 유일하게 무전공 입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 전공의 재학생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서진(공연예술·22)씨는 "영화 전공생을 떠올리면 시나리오 같은 개인 작업을 하는 학생이라는 인식이 짙어 무용, 연극 전공과 달리 무전공 모집단위에 포함된 것 같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혼자 쓸 수 있어도, 영화는 혼자서 만들 수 없어 단체 생활도 잦다. 물론 무전공으로 입학해 영화 전공을 선택한 학생의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이러한 이유로 우려도 된다"라고 전했다. 추가로 무전공 학생의 주전공 선택 이후 수강신청도 예측하기 힘들 거라며 수강 인원 증진과 같은 제도의 보완도 병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형대학 2학년생인 B씨에게도 자율선택제에 대해 물어봤다. B씨는 "전공, 진로를 확정하고 탐색하기에 고등학교 3년은 부족하다. 학과 커리큘럼을 아무리 찾아보고 살펴본대도 직접 수업을 듣기 전까진 거리감이 존재한다. 전과, 복수전공의 수요가 꾸준히 있듯이 무전공 선발은 전공 선택의 자유권을 보장하는 긍정적 발전의 일환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학교의 무전공 선발 계획에 조형대학 모든 학과가 참여하는 상황에 대해 "홍익대학교의 경우 비실기 전형과 자율전공 전형으로 디자인계열에 진학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제 우리학교 조형대학 합격생 중 홍익대학교 인문자율전공을 지원해 미술대학으로 가려던 경우도 많았다. 우리학교도 특별한 진입 조건이 없다면 제도 취지와 달리 그저 조형대학 비실기 전형의 신설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본래 취지인 새로운 전공 탐색과 어긋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기존의 조형대학 전과, 복수전공처럼 포트폴리오나 면접 등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수험생에게 전공자율선택제를 묻다
자율선택제를 확대하는 방안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입시를 앞둔 많은 수험생의 혼란 역시 예상된다. 이에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3 수험생에게 자율선택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신정인(여·19)양은 "미대 실기를 준비하는 수험생으로서 무전공 선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미대 진학을 희망하지만 다양한 세부 전공 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아직 정하지는 못했다. 만약 무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면 신중하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학교의 자율선택제 선발에 관한 질문엔 "미술 비실기생들이 성적대가 높은 국민대 조형대학으로 전공을 선택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 대치동 학원가를 바라보는 모습
▲ 대치동 학원가를 바라보는 모습

우리학교 교수에게 전공자율선택제를 묻다
우리학교의 교수진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글로벌인문·지역대학장 김영진(중국정경)교수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간의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무전공 입학을 통해 우수한 학생 유치가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무전공 입학을 통해 지금보다 더 다양한 학과 융합, 연계 전공 등의 과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공에 학생들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는 "대학은 교육과 더불어 연구와 학문의 장이기에, 시장 원리에 맡기기보단 의식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사전에 전공 쏠림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학과로 학생이 몰리면 과부하로 인해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완충장치를 마련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대학은 사회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현실에서는 선발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무전공 제도를 도입한 한에서는 상당히 정교한 관리체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교수에게도 자율선택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C교수는 "취지는 정말 좋으나 아직 이를 수용할 인프라가 부족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무전공을 통해 신입생을 받는다면 그들을 위한 재원이 필요할 텐데,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아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이어 무전공 입학생 수용 이후 더욱 많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강신청에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에 대한 질문엔 "학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강의는 원격강의, 대형 강의로 진행하거나 분반을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 모두가 평등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무전공으로 인해 기초학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기초학문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학교라는 점을 잊지 않고 대학이 지켜야 하는 역할과 원칙을 가지면서 무전공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두 교수 모두 사업의 취지에는 동감하나 제도와 함께 따라오는 다양한 부작용을 철저하게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선택제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를 두루 들어봤다. 기대와 우려가 함께 섞인 상황이었다. 자율선 택제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인재'를 육성하는 길목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업 취지처럼 학생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전공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대학 사회가 조성돼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금은 신중하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학생이 마음껏 자율성을 펼치는 사회가 선행돼야 그들이 진심으로 자발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맞춘 변화보다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차근히 검토하길 바란다. 
단호영, 박예나, 박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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