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때마다 우리 사회가 점차 가라앉고 있다. 아이가 없다. 그리고 점점 더 없어져 가는 중이다.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2023년도 총인구 중 아동(만 18세 미만) 인구 구성비는 약 13.8%다. 이마저도 지난 17년간 태어난 아이들을 모두 합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저출산은 단순히 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 스며들어 범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를 진단하면서 쏟아지는 자료들 사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입생 0명'이다. 2024년도 입학을 기준으로 '신입생 0명'의 초등학교 수는 전국에서 충청도가 가장 적었고, 전라도가 가장 많았다. 이에 <국민대신문>은 해당 지역을 찾아가 저출산으로 인한 변화를 직접 살펴보고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나라에 아이들이 없어지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의 수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의 수

지난 2023년도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 낮은 수치였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기준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지역은 서울(0.55명)이었고, 가장 높았던 지역은 전라남도와 세종특별자치시(0.97명)였다. 그러나 세종특별자치시는 2022년까지도 유일하게 1명대를 유지했던 지역으로 올해는 그 수치가 감소한 것이다. 출산율 하락과 맞물려 당연하게도 매년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0만 1752명이었던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올해 36만 9441명으로 감소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며 친구 없이 혼자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지난 4일(월)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신입생이 한 명도 입학하지 않은 초등학교가 전국 157곳에 달했다. 이는 전국 초등학교의 약 2.4%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전라도가 휴교 2곳을 포함해 5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상도(39개교), 강원도(25개교)가 그 뒤를 이었다.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가장 적었던 지역은 22개교를 기록한 충청도였다. 

▲텅 빈 운동장에 덩그러니 놓인 공
▲텅 빈 운동장에 덩그러니 놓인 공

빈 학교 빈 교실, 지방 초등학교의 위기
지난 18일(월) <국민대신문> 취재팀은 초등학교 입학생 감소로 인한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신입생 0명' 초등학교가 가장 적었던 충청도와 가장 많았던 전라도를 찾았다. 점심 무렵 충청남도에 위치한 A초등학교에 도착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A초등학교는 그 역사만큼 많은 학생이 학교를 거쳐 갔지만 현재 재학생은 40명에 불과했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6명으로 충청남도 전체 평균보다 약 11명이 부족한 수치다. A초등학교는 일반 초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시설은 잘 갖춰져 있었고 학생들을 위한 인라인 롤러장, 놀이시설 등이 잘 마련돼 있었다. 다른 점은 '아이들의 부재'였다. 학년별 학급은 하나뿐이었고 남은 교실들은 구강보건실, 록밴드실, 돌봄교실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었다. 새 학기 학생들로 붐벼야 할 운동장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더 내밀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무실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학교 이미지상의 이유로 취재를 거부했다. 더 이상 깊은 정보를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어 취재팀은 전라북도에 위치한 B초등학교를 찾았다. 주변에 논이 많아 학교까지의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학생들도 통학버스를 이용해 등교하는 것으로 보였다. 접근성의 문제 때문인지 B초등학교의 학생 수 부족 문제는 꽤 오래됐다. 지난 2011년 B초등학교는 인근에 있는 한 초등학교와 통폐합했지만, 현재까지도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학교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전라북도 평균보다 13명 적은 4명이다. 현재는 20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취재팀이 학교 정문에 도착했을 때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해야 할 운동장에는 주인 잃은 공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교무실에 찾아갔지만, 학교는 교장선생님의 부재를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학교의 고충을 듣고 싶었지만 이 역시 불가능했다. B초등학교를 졸업한 C씨는 "이러다 정말 학교가 폐교될까 두렵다"라며 인구감소의 직격탄을 맞는 건 시골 지역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불과 10년 전인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한 학년에 3명 밖에 없었다"라며 그럼에도 학교가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이야기했다. 교육계 종사자 D씨는 "시골에 학생들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면서 "이는 수도권 과밀화와 경제적인 불평등, 교육 격차와 같은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시골에도 아이들 소리가 가득했으면 좋겠다"라며 소망을 밝혔다. 

▲전라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통학버스
▲전라도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통학버스

서울도 피해 갈 수 없는 저출산
비단 지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에서 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 내에서도 학교별 정원 수의 차이가 지역구 별로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학교와 가장 가까운 청덕초교의 경우 학년별로 2~3개의 학급이 있으며, 학급당 학생 수는 적게는 14명, 많게는 24명이다. 반면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대치초교의 경우 6학년만 30명씩 12학급으로, 서울 내 다른 지역구의 초등학교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치초교도 학년이 낮아질수록 학급 수와 학생 수가 함께 하락하고 있다. 서울 역시 저출산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공개된 '서울시 초등학교 통계' 자료를 보면, 서초구, 강동구, 송파구, 양천구, 강서구 등 특정 지역에서 학교 대비 학급 수가 월등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해당 지역구에서도 소위 '강남 8학군'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학급 수와 학생 수가 모두 높았다. 지역의 특성을 차치하고 단순히 학생 수만 비교해 보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송파구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종로구는 약 6.6배의 차이를 보였다. 서울 내에서도 큰 격차가 나는 것이다. 서울 소재의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E씨는 아이들이 줄어든 것을 언제 가장 실감하냐는 질문에 처음 부임했을 때와 달라진 학급 수를 거론했다. 그는 "이번에 입학한 1학년 인원이 너무 적어서 두 학급으로 줄어들었다"라며 현재 학교 상황을 밝혔다. 이어 "'교육산업 자체가 약화하는 것이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라며 저출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점점 줄어드는 출산율, 정부의 대책은?
지난 2월 7일(수) 방영한 KBS 특별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이 목표라고 밝히며 출산율 회복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가 어떤 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진전되고 있는지 정부의 정책과 한계를 살펴봤다. 
정부는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부모급여'를 통해 0세 영아 월 70만 원, 1세 영아 월 35만 원을 지급했다. 해당 정책의 지원금은 2024년부터 0세는 월 100만 원, 1세는 월 50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 외에도 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200만 원씩 지급됐던 '첫만남이용권'의 경우, 첫째는 200만 원, 둘째부터는 300만 원씩 국민행복카드에 바우처 형태로 지급된다. 또 육아휴직과 급여 혜택도 확대됐다. 육아휴직급여 지원은 기존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어났고, 부부당 육아휴직급여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됐다. 추가로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돌보는 '늘봄학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는 2천 개교 이상,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로 늘봄학교 범위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행 시 안전 관리 문제나 프로그램 운영 지침 등 상세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저출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확실한 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작년에 발표된 한국은행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초저출산 문제는 청년이 느끼는 높은 '불안'이나 '경쟁 압력'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률 증대와 안정적 주거 환경 조성, 도시 인구 집중화 현상 완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원금이나 복지제도 같은 정책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함으로써 저출산 해결을 도모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출산, 세대가 아닌 시대의 문제
<국민대신문>은 저출산 현상의 원인과 전망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학교 계봉오(사회)교수를 찾았다. 계봉오 교수는 저출산 현상의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수도권, 특히 서울 인구 집중 현상이다.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그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단순히 지방을 개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는 현상이 출산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문화적 기준 자체가 터무니없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계봉오 교수는 "안 낳고 싶어서가 아니라 못 낳는 것 같다"라며 "결국은 관계 형성 및 자녀 양육에 대한 효능감이 집단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회"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될 때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일례로는 지방 소멸이 있다. '신입생 0명'과 매년 발생하는 폐교 현상은 결국 지역 기반 시설이 붕괴하는 것인데, 계봉오 교수는 이에 대해 "동네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가하는 노령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로서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복지 체제가 부족한 상황 속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으리란 것이 계봉오 교수의 의견이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정책 방향은 정권과 상관없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경력 단절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한 육아휴직 제도는 물론 출산 장려금 같은 경제적 지원 또한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출산 현상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계봉오 교수는 "정책들에 예산을 투입했을 때 출산과의 연결 고리가 모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저출산에 대한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요인을 제거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혼재된 상태이기에 제도 하나로 그 모든 요인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 이에 대해 계봉오 교수는 "정책뿐 아니라 그 뒤에 오는 평가 연구에도 중점"을 둔다면 보다 의미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출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그 영향 또한 서울과 지방을 불문한다. 그렇기에 특정 계층이 모든 책임을 지거나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간에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도 시민사회의 몫이다. '아이를 낳아라'라는 잔소리가 아닌, '아이를 낳아도 괜찮아'라는 사회적 인식과 '우리가 도와줄게'라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내는 것. 어쩌면 이로써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 것이다.
김세은, 주호정, 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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