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에 가면 국회의원 후보들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들의 '90도 인사'로 새삼 총선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뉴스에서나 보던 정치인들이 나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라며 허리를 숙이다니. 신기하면서도, 당선 이후에는 좀처럼 허리 굽혀 인사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겹쳐 코웃음이 나기도 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의 인사가 결코 '겸손'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스템 공천'을 받았다는 정치인들이 과거 내뱉은 막말로 공천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볼 때 더욱 확신이 든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가 하면, 남성과 여성을 특정 편견에 빗대 비하하고, 심지어 군 장병이 목함지뢰로 다친 사건을 농담의 소재로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발언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말 그대로 바닥을 치는 수준의 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할 뻔했다고 생각하면 절로 아찔해진다. 사람이 살면서 말실수야 할 수 있지만, 선을 한참 넘어버린 말들은 실수라는 포장으로 절대 가려질 수 없는 법이다.

지난 21대 총선에 이은 '위성정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기고 꼼수를 써서라도 한 석 더 얻으려는 양당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숙이는 허리는 결코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표리부동함을 숨기고자 하는 위장이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누군들 정치인의 이중성을 모르겠냐만, 뉴스를 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오늘 어떤 정치인이 얼마큼의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접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뉴스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것이다.

지난 겨울방학에 고등학교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요즘 고등학생들은 뉴스를 챙겨 보는지였다. 곧바로 "여러분, 뉴스 좀 보시나요?"라고 물어봤다. 30여 명 중 뉴스를 챙겨보는 친구는 딱 한 명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뉴스를 챙겨보던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지만 해줄 수 있는 말은 딱히 없었다. 그저 '공부 못지않게 뉴스를 꼭 챙겨보기 바란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문득 성인이 된 대학생과 청년의 모습은 과연 다를까 궁금했다. 뉴스를 보고 공유하고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장이 우리 대학 사회에 얼마큼 있을까. 나의 작은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정치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얼어붙어 이야기 자체를 꺼리는 풍토가 청년들 사이에 시나브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씁쓸한 현실이다. 물론 불신을 자초한 기성 정치의 잘못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그것을 깨는 것도 우리 청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뉴스를 보는 것이다. 여러 뉴스를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만의 '주관'을 만들어야 한다. 극단으로 흐르는 사회와 정치 속에서 '주관'이란 편협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뉴스는 근본적으로 내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이며 권력을 감시하고 부정을 알리는 것이기에 가까이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총선 시기 정치인의 표리부동함을 알아채는 것부터 크게는 자신의 주관을 찾기까지 뉴스의 힘은 꽤 강력하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과 대학생들이 뉴스를 가까이하고 사회 현안에 대한 토론을 주저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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